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준석

[현장M출동] 일요일 밤마다 얼차려, 대학 왜 이러나?

[현장M출동] 일요일 밤마다 얼차려, 대학 왜 이러나?
입력 2016-03-31 20:25 | 수정 2016-03-31 20:47
재생목록
    ◀ 앵커 ▶

    수백 명의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이 사진.

    마치 군대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지만 매주 일요일 밤마다, 한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계질서와 체력을 위해서라고 학교 측은 해명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훈련일까요, 가혹행위일까요?

    김준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일요일 밤 8시 부산의 한 대학 캠퍼스.

    체육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느닷없이, 엎드려 뻗쳤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쉴새 없이 반복합니다.

    "하나 둘 하나 둘"

    수십 번을 한 뒤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내 다시 시작하고, 계속 반복합니다.

    제복을 입은 선배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봅니다.

    기진맥진해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은 앞으로 불러내, 선배 바로 앞에서 팔굽혀펴기를 따로 시킵니다.

    [자퇴 학생]
    "50개씩 하면 50개 하자마자 엄청 힘들거든요. 50개 끝나자마자 바로 50개를 시켜요. 그리고 하면 또 바로 50개를 시키고 또 50개 시키고 30개시키고..."

    잠시 쉴 때는 책임자인듯한 선배가 단상에서 일장 훈시를 하고 학생들은 부동자세로 목청껏 대답합니다.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얼차려가 시작됩니다.

    결국, 한 학생이 엎드려 있다 가슴을 부여잡고 또 다른 학생도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선배들도 당황한 모습이지만 얼차려의 강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이번엔 마치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키는,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시킵니다.

    훈련소인지 대학인지 헷갈릴 정도의 야간 군기 잡기는 1시간 반 동안 계속됐습니다.

    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길러내는 대학교.

    학생들은 제복을 입고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일반 대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선배들의 군기 잡기는 관행처럼 내려와 학생들을 상대로 매주 일요일 밤 복장 불량 등을 이유로 얼차려를 시키고 있습니다.

    [학부모 ]
    "군대보다 더하니깐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가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어요."

    학교 측은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해난구조 훈련 등이 필요할 뿐 얼차려나 군기 잡기는 없다고 말합니다.

    [학교 관계자]
    "힘들지 않은 학생들이 있겠어요? 하지만, 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라고 하면서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걸 또 즐기기도 해요."

    그러나 학교 한복판에서 대놓고 벌어지는 얼차려를 모를 리 없고 묵인하고 방치하는 학교로 인해 학생들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성장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종명 변호사 ]
    "(선배들이) 당했던 고통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배상받거나 위로받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표출..."

    막걸리 끼얹기, 성추행 논란 그리고 얼차려 문화까지 지성의 전당이란 이름에 가려졌던, 부끄러운 속살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준석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