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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생활고 때문에 日 노인들 교도소행

[뉴스플러스] 생활고 때문에 日 노인들 교도소행
입력 2016-04-12 20:29 | 수정 2016-04-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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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장수를 기원하는 글자, '수'자가 새겨진 조그만 술잔입니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100살이 된 노인에게 이 은잔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는데요.

    잔 하나 만드는 데 드는 돈은 8만 원 정도입니다.

    1963년 첫 선물을 받았던 노인들은 1백여 명이었는데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3만 명, 이제 190배 정도 늘면서 예산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생활고에 지친 노인들의 자발적 감옥행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데요.

    이건 어떤 이야기인지 도쿄 이동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웃집 친구를 부추겨 자식들 돈 3천만 원을 빼돌리려다 체포된 70대 할머니.

    슈퍼마켓에서 3천 원짜리 멸치조림을 훔쳐 달아나다 주차장에서 잡힌 60대 여성도 있습니다.

    [60대 절도범]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액수가 적어 귀찮아서 안 했어요."

    지난해 일본에서 일어난 노인 범죄의 절반 이상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힌 생계형이었습니다.

    [후쿠이/절도 방지 기구 사무국장]
    "(노인 절도는) 금액이 많지도 않아요. 2천 엔 이하입니다."

    16번에 걸쳐 21년을 형무소에서 보낸 70대 할아버지는 이혼하고 갈 곳이 없어진 뒤, 더 자주 범죄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집행 유예기간에도 물건을 훔쳐, 제 발로 교도소로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후쿠오카 형무소 출소자 (70대)]
    "(출소해도) 갈 곳이 없어. 방도 없지, 혼자이지…술 마시고, 역 홈에서 자는 거죠."

    감옥 생활을 하는 65살 이상 노인은 최근 24년 새 8배 이상 늘어 전체 수감자의 10%를 넘어섰습니다.

    개인 잡담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율에도 따뜻한 밥과 잠자리,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는 교도소에 가기 위해, 범죄의 길을 선택하는 겁니다.

    [형무소 관계자]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무전취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수감자 치료까지 교도소 몫이 되면서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밥값, 치료비, 교도소 유지 관리비를 포함해 고령 수감자 한 사람에 들어가는 돈은 1년 평균 420만 엔으로 4천만 원이 훨씬 넘습니다.

    2, 3천 원짜리 도시락을 훔쳐, 2년형을 산다고 가정하면 1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일본 정부는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교도소 직업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후현에 있는 여자 형무소의 경우 네일아트코스를, 홋카이도에 있는 하코다테 형무소는 선박 점검 기능사 코스를 개설했습니다.

    [하코다테 형무소 직원]
    "멀리 오키나와 형무소에서도 교육을 희망하는 재소자가 있습니다."

    고령자 전용 공장, 게임을 활용한 치매 예방, 외부 강사를 초빙해 건강지도를 하는 교도소까지, 고령자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렸다는 일본의 초고령화, 이미 천조 엔이 넘는 나랏빚을 떠안고 있는 일본 사회에 노인 빈곤과, 범죄 급증은 잠재적 위기가 아니라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이동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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