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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의료진·장비도 없이 이송, 사람 잡는 사설 구급차

[현장M출동] 의료진·장비도 없이 이송, 사람 잡는 사설 구급차
입력 2016-04-23 20:13 | 수정 2016-04-2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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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분1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에게 구급차는 곧 달리는 응급실입니다.

    병원에 무사히 도착하기까지 차량 안에 있는 장비와 의료진에게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죠.

    그런데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설 구급차 상당수가 의료진도, 또 필수장비도 없이 불법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신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폐암환자 60대 장 모 씨는 지난달 사설구급차를 타고 충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서울로 긴급 이송됐습니다.

    호흡장애가 심해 산소공급이 필수였지만 출발 40분 만에 고속도로에서 산소통의 산소가 모두 소진됐습니다.

    [유가족]
    "(산소포화도) 수치가 20%대까지 떨어졌고요. 호흡하시기가 갑자기 힘들어졌었는데 눈동자가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의식을 잃으시더라고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소방센터부터 들러 산소통을 빌리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고, 병원에 도착한 장 씨는 직접 사인은 폐암이지만 그날 저녁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가족]
    "사설 이송업체를 이용하는 이유가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 이용을 하는 거잖아요. 그냥 차 타고 갈 것 같았으면 제 차로 모시죠."

    교통사고로 갈비뼈 7개와 척추가 부러진 70대 중환자를 한 사설 구급차가 긴급 이송 중입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를 수 있는 응급환자인데도 구급차는 현행법상 반드시 태워야 할 의료진 없이 2시간을 내달립니다.

    [구급차 기사]
    "가다가 한 번 사람이 죽은 적이 있었어요. 바이탈 신호고 뭐고 그런 걸 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가는 도중에 다른 병원이든 옮겨서 살렸을 거예요."

    응급처치 장비라곤 산소발생기와 공급장치가 유일하고, 텅 빈 약장에는 식염수와 붕대뿐입니다.

    응급환자가 이송 중 숨지는 경우가 응급실 안 사망률의 3배에 달합니다.

    위급상황에 대비해 환자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사설 구급차를 부르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서울과 지방의 대학병원 두 곳에서 5시간 동안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을 드나드는 사설 구급차를 관찰해봤습니다.

    절반 이상이 운전기사 혼자 환자를 이송합니다.

    [구급차 기사]
    ("혼자 가세요?")
    "구조사가 없어요, 다 나가서."

    환자를 다루는 데 서툰 구급차 기사가 차에서 환자를 싣고 내리다 침대째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뜨리는가 하면, 고관절 골절 환자를 무리하게 안아 옮기다 보호자와 말다툼까지 벌어집니다.

    [보호자]
    "그렇게 하면 안 돼 들어서 옮기면 안 돼. 내가 고관절 수술했다고 내내 얘기했잖아. (네, 네.)"

    문을 열고 확인해보니 기기도 약품도 없는 이른바 '깡통 구급차'가 태반입니다.

    이런 부실한 구급차들은 출동기록지에는 의료진이 탑승했다고 허위로 기재하고 지자체 점검 시에만 의료장비와 약품을 임시로 빌려 눈속임한다고 기사들은 말합니다.

    [구급차 기사]
    "제세동기 이런 거 다 (빌려서) 가져오죠. 여기 보면 아트로핀, 항히스타민 이런 거 하나도 없어요. (응급실) 여기서 잠깐 빌려요."

    740여 대 사설 구급차 가운데 '나 홀로' 운전이 적발된 경우는 한 해 10여 건뿐.

    그나마 과징금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깡통 구급차'의 위험한 질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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