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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진료기록부 무단 폐기, 처벌은 솜방망이

[뉴스플러스] 진료기록부 무단 폐기, 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16-05-23 20:12 | 수정 2016-05-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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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입니다.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는 물론 어떤 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 감한 개인 정보들이 다 들어 있죠.

    '입원진료비명세서'나 '의무기록지' 같은 진료기록들에는 몇 년치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이런 개인 정보들은 철저히 관리되는 게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기영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정형외과 병원.

    보험금 청구를 위해 4년 전 폐업한 병원의 진료 기록을 떼러 왔지만, 새 병원에는 기존 환자들의 진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원무과 관계자]
    "찾아오시는 분들 많으세요. 제가 듣기로는(이전 병원이) 어디 가져다 버렸다고..."

    최근 2-3년 사이 3개 병원이 폐업하면서 수 만장의 진료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는 한 건물 지하 창고.

    기록은 모두 사라졌고 물이 흐르는 창고 바닥에서는 종이 썩은 곰팡이 냄새만 가득합니다.

    [병원 관계자]
    "병원이 섞여 있고, 비가 와서 넘치는 경우도 있었고, 훼손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기존 병원이 가져가지 않자 새 병원 측이 창고에 가득 찬 진료기록을 모두 버린 겁니다.

    [00병원 원장]
    "이미 폐기했다니까 그분들이 안 가져가서, 못 찾지요. 어쩔 수 없지."

    이 병원이 진료기록부를 폐지로 넘겼다는 경기도의 한 재활용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업체 직원은 병원에서 버려지는 진료기록부가 1톤당 20만 원의 고급 폐지로 팔려온다고 말합니다.

    [재활용업체 관계자]
    "화장지나 B급, 저급 인쇄용지 되는 거죠. 인적사항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버리는 사람이 잘 버려야되는 거죠."

    요즘은 이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전자 진료기록부를 쓰는 병원이 많습니다.

    종이에 비해 관리와 보관이 쉽지만, 병원이 없어지면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병원 개원 작업이 한창인 이 건물에서도 3년 전 대형 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파산과 함께 수많은 진료기록부가 담긴 컴퓨터와 서버도 법원 공매로 넘어갔습니다.

    [박 모 씨]
    "어머니 (보험금) 청구하려고 서류랑 준비하려고 했는데 안 돼서..."

    기존 병원장은 연락이 되지 않고, 병원의 진료기록을 관리하던 대행업체는 기록을 복원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건소 관계자]
    "경매를 진행시킨 자체가 문제라고 봐요. 프로그램을 돌리는 데 1천만 원인지, 1천5백만 원을 줘야 돌려준다..."

    이렇게 폐업하는 병원들이 개인 진료기록을 함부로 버리는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폐업할 경우 병원 개설자는 10년간 진료기록부를 보관하거나 보건소에 모든 기록을 이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 내는 과태료는 1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탈세 등의 이유로 여전히 많은 병원들이 종이 진료기록을 고집하다 폐기하고, 전자 기록을 하는 병원 역시 복원에 수천만 원을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보건소 관계자]
    "의사들의 양심에 맡겨진 문제이지 보건소에서 일일이 찾아다닐 순 없지 않나..."

    최근 5년간 폐업한 병원은 전국에 1만 5천 개가 넘지만, 진료기록들이 제대로 보관돼 있는 지는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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