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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이상고온에 해충 번식 급증, '벌레와의 전쟁'

[앵커의 눈] 이상고온에 해충 번식 급증, '벌레와의 전쟁'
입력 2016-06-13 20:33 | 수정 2016-06-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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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여름 벌레들과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30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계속되면서 해충들의 번식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먼저 도심 속의 전투, 박영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시커먼 벌레떼가 조명탑을 에워쌌습니다.

    벌레를 밟지 않고는 도로를 지나가기 힘들 정도.

    산책이나 운동은 포기해야 할 수준입니다.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도심을 점령한 건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김정현/춘천 사회인 야구 감독]
    "입에도 나방이 많이 들어가서 힘들고요. 뛸 때도 나방과 부딪치면 기분도 안 좋고…"

    지난달 대구구장에선 갑자기 들이닥친 벌레떼로 프로야구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울산, 원주, 안성 등 다른 도시에서도 급증하는 벌레떼 때문에 방역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하루살이나 깔따구 등의 파리류, 꽃매미나 나방류가 출몰하고 있는데 종류나 장소, 출몰시기가 일정하지 않아 방제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도심 하천이 있는 지자체들은 웅덩이에 농약을 뿌리고 도심 공원 나무에는 끈끈이를 붙이기도 합니다.

    연막기와 고압분사기 등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사전방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김영수/서울 강남구청 보건과장]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없이 계속 소독작업을 진행합니다. 하루에 한 20여 건 정도 민원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에 자연생태공원이 늘어난 데다 주거밀집지역이나 상가지역도 많아 대대적인 방역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앵커 ▶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도심하천이나 생태공원이 벌레들에게도 좋은 서식처가 된 건데, 1-2주 번식기를 지나면 자연감소하기도 한다지만 벌레에, 방역에, 시민들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겠죠.

    그런데 농민들에겐 해충의 습격이 그야말로 고통입니다.

    김재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농약을 실은 소형 드론이 논을 가로질러 방제 활동을 벌입니다.

    오뉴월 햇살 아래 한창 자라야 할 벼잎은 때 이른 메뚜기떼의 습격에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진홍기/피해농민(경북 예천군)]
    "벼농사 이때까지 한 40년 지어도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과수농가도 비상입니다.

    10년째 창궐하는 꽃매미 유충들이 올해도 포도나무 잎사귀와 줄기에 빼곡하게 들어앉았습니다.

    [민경설/피해농민(경기 안성)]
    "그냥 뭐 순식간에 퍼져서 진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3,4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 같은 외래해충들도 사과와 복숭아 등의 과수농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산림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밤나무산누에나방 유충이 갉아먹은 밤나무 군락지입니다.

    [전명준/강원 평창군]
    "완전히 다 먹어서 줄기만 남겨놓더라고요. 수확이 거의 안 된다고…"

    충북 영동 지역엔 갈색여치가 일찍 창궐하고 경기도 일대엔 벼멸구가 급증하는 등 올 들어 예년과 다른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 앵커 ▶

    해충의 번식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포도와 복숭아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꽃매미는 2006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10년 만에 전국으로 퍼졌고요.

    인삼이나 사과에 피해를 주는 미국선녀벌레나 갈색날개매미충, 벼멸구 등 대부분 아열대성 기후에 서식하는 해충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 앵커 ▶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벌레가 급증했던 지난 2012년 5월 평균기온은 전년보다 1도나 높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사상 최고치입니다.

    이상고온 현상에 불규칙적인 비도 잦았는데,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와 흡사해지고 있는 거죠.

    얼마 전 열대 과일이 잘 자란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아열대성 벌레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겁니다.

    외래에서 들어온 해충은 천적도 없습니다.

    번식이 왕성할 수밖에 없겠죠.

    [임재욱/경기도농업기술원장]
    "어떤 환경에서 커왔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사실 방제가 좀 어렵고요. 사이버 식물병원을 운영해서 미리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해충도 모니터링하고…"

    ◀ 앵커 ▶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메뚜기나 하루살이떼 출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기상예보 레이더에 잡힐 정도라고 합니다.

    재앙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영화 속 장면 같은 해충의 습격, 현실이 되기 전에 대책 고민해야 할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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