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나세웅

[앵커의 눈] 한국인은 매운맛? 입맛 살리려다 몸에 '독' 될 수도

[앵커의 눈] 한국인은 매운맛? 입맛 살리려다 몸에 '독' 될 수도
입력 2016-06-20 20:37 | 수정 2016-06-20 20:49
재생목록
    ◀ 앵커 ▶

    김치는 물론 각종 볶음에 찜까지 한국인들 매운 요리 사랑이 유별나죠.

    ◀ 앵커 ▶

    최근 매콤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품업계에도 매운맛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반죽을 입혀 튀겨 낸 치킨을 매운 양념으로 다시 볶아 냅니다.

    중국 향신료와 청양 고추로 강한 매운맛을 냈습니다.

    [김용준]
    "매우면서 되게 향이 강하면서 되게 맛있는 것 같아요."

    다른 치킨 업체는 더 화끈한 매운맛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청양 고추보다 15배 매운 하바네로 고추로 매운맛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김종옥/BHC 본부장]
    "경기가 안 좋을 때 매운맛을 많이 찾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로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매운맛 경쟁은 햄버거로도 번져, 빨갛게 구운 빵에 타바스코 소스로 속을 채운 햄버거도 나왔습니다.

    [김동욱]
    "평소에도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햄버거에도 들어가 있으니까 질리지도 않고…."

    단맛, 치즈맛에 이어 매운맛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유영준/BBQ 연구원]
    "작년에는 치즈를 이용한 치킨이 유행했다고 하면 올해 고객들의 소비자 트렌드는 매운맛이었습니다."

    ◀ 앵커 ▶

    매운맛, 우리만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고통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까지 합니다.

    매운 고추 먹기가 유행을 하면서 해외 도전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인데요.

    중국의 훠궈, 자메이카 저크 치킨, 태국의 팟프릭킹.

    나라마다 맵기로 유명한 음식이 있죠.

    우리도 '폭탄 맛', '눈물 맛', '엽기' 이런 수식어를 붙인 매운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렇게 매운 음식 찾는 이유가 뭘까요.

    나세웅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빨간 고추 양념을 넣고, 다시 인도산 고추 원액을 뿌려 짬뽕 육수를 만듭니다.

    [임주성/음식점 주인]
    "우리나라 고추도 들어가고 베트남 고추도 들어가고…정말 못 먹을 정도로 맵게 해보자…."

    한입 베어 물면 얼굴은 찌푸려지고 금세 땀이 흐릅니다.

    먹기 전 적정 온도였던 피부 온도가 3도가량 올라갈 정도입니다.

    [허태진]
    "엄청나게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매운 음식을) 먹는데, 이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습니다."

    고통스러워도 개운한 기분 탓에 다시 매운 음식을 찾게 됩니다.

    [유승하]
    "약간 중독성 있어요. 먹으면 또 힘들어가지고 화장실 가고 그러는데…당장 고통스러워도 찾게 되고 맛있어요, 먹어보시면…."

    매운맛이 실제 몸의 스트레스를 풀어줄까.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을 상대로 매운 음식을 먹기 전과 후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봤습니다.

    [이현욱]
    "그냥 식사할 때도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거든요. 스트레스가 좀 많이 있다 싶을 때 먹으면 시원한 느낌?"

    평소 매운맛을 즐기는 30대 남성의 스트레스 지수는 67에서 98로 오히려 급증합니다.

    피로도도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20대 여성은 심장이 더 빠르게 뛰면서 심장의 안정도가 떨어졌습니다.

    매운맛은 통각을 자극하는데, 이 통증을 없애기 위해 뇌가 반응하면서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매운맛을 중독적으로 찾게 되지만, 기분과 달리 몸이 느끼는 부담은 그대로입니다.

    [이윤경/차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뇌에서는 엔도르핀이라고 마약 성분이 나와서 몸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기분은 좋아졌지만 실제로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서 위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 앵커 ▶

    고추의 맵기는 스코빌 지수로 잽니다.

    고추 추출물을 희석해서 맛볼 때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이 매운맛을 느낄 수 없으려면 얼마만큼 묽게 해야 하는지를 측정한 겁니다.

    이 스코빌 지수로 보면 맵기로는 남미나 동남아에서 먹는 고추가 상위권이고, 우리가 먹는 청양 고추는 한참 아래 있습니다.

    고추 품종마다 들어 있는 캡사이신 양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 캡사이신은 소화를 돕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죠.

    그럼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걸까요?

    김재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0년간 2백80억 개가 팔린 신라면.

    스코빌 지수는 2천7백입니다.

    얼큰한 매운맛이 인기의 비결이다 보니 최근엔 맵기가 3배 더 강해진 경쟁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라면만 매워진 게 아닙니다.

    고추 소비량은 통계를 잡기 시작한 지난 1970년 1인당 1.2kg에서 최근에는 5kg 수준으로 네 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고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위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고 암세포에 저항하는 면역 능력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김헌식/서울아산병원 교수]
    "캡사이신을 과도하게 섭취를 하게 되면 자연 살해 세포의 암세포 제거 기능이 망가져서 암 발생을 간접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음식이 매워질수록 나트륨 섭취도 늘기 쉽습니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달거나 짠 조미료를 더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2배가 넘습니다.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맵고 달고 그게 또 균형을 맞춰야 되니까 소금이 듬뿍 들어갑니다. '단맛과 소금을 줄이자' 그러면 뭐부터 줄여야 되느냐, 이 매운맛부터 줄이면 됩니다."

    ◀ 앵커 ▶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달게, 더 고소하게, 더 톡 쏘게 자극하는 마케팅이 눈에 띄죠.

    더운 여름, 입맛 살리려다 몸에 독 될 수 있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