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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멈추고, 갇히고…'승강기 대국'은 옛말

[앵커의 눈] 멈추고, 갇히고…'승강기 대국'은 옛말
입력 2016-06-22 20:42 | 수정 2016-06-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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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2만 6천여 대.

    전국에서 오르락내리락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엘리베이터 대수입니다.

    100명당 한 대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돼 있는데요.

    아파트와 고층 빌딩 많다 보니 그럴 만도 하죠.

    그래서인지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최고 속도 1분에 660미터, 시속 40킬로미터로 위로 솟구칩니다.

    50층까지 올라가는 데 불과 25초.

    특수제작된 문이 소음과 기압 변화를 막고, 30층부터 속도를 줄이는 감속 장치가 멈출 때 생기는 충격을 줄여줍니다.

    [문완기/현대엘리베이터 연구소장]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통상 40초 이내에 목적한 층에까지 가는 것이 요즘 추세이기 때문에…."

    이 전망용 엘리베이터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네댓 배 속도를 내면서도 세워 둔 동전이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습니다.

    사용자 편의도 높였습니다.

    손으로 번호를 쓰면 층수가 입력되고, 양손에 짐이 있다면 발짓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100명 넘는 근로자들이 몰려들어 갑니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작업해야 하는 조선소에는 한 번에 500명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세계 최대 용량의 골리앗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자 엘리베이터가 레이저 불빛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문 앞에선 강한 바람을 뿜어 연기 유입을 막습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피난용 엘리베이터입니다.

    지하 350미터 땅굴까지 완만한 경사로 내려가는 세계 유일의 열차형 승강기도 국내 기술로 만든 제품입니다.

    ◀ 앵커 ▶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지상 550미터 꼭대기에서 공사가 한창인데요.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리는 핵심 장비, 권상기를 설치하는 모습입니다.

    '오티스'라는 회사명이 보이죠.

    국내 최고층 빌딩, 메인 엘리베이터에 아쉽게도 미국 업체 로고가 붙는 겁니다.

    ◀ 앵커 ▶

    그럼 다른 고층 빌딩들은 어떨까요?

    서울타워 역시 같은 미국 회사 제품이고요.

    여의도 63빌딩에는 일본계 업체 제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을 대표하는 전경련 회관에는 독일계 승강기가 운행하고 있네요.

    국내 엘리베이터 기술도 세계적 수준인데 이유가 뭘까요?

    박영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높이 205미터로 탑처럼 우뚝 솟은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 시험장입니다.

    1분에 1,080미터.

    우리 기술로 만든 세계 최고 속도 엘리베이터가 이곳에서 시험 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건물에는 설치 한번 못 해본 채 세계 1위 타이틀을 뺏길 상황입니다.

    이미 일본 업체들이 중국 광저우와 상하이 등에서 최고 속도를 경신할 엘리베이터들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NHK 월드 방송]
    "매년 중국에는 50만 개의 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규 시장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계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랜드마크 빌딩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세계적 엘리베이터 업체들의 첨단기술 전시장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위주의 국내 시장에서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요가 거의 없어 국내 업체는 수주 실적을 쌓을 수 없었고, 그렇다 보니 새로 짓는 세계 각 도시의 고층 건물에 입찰해도 실적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 앵커 ▶

    1999년까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국내 업체들의 100% 자급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외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하나씩 사 들였고요.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장 문을 닫거나 생산기반을 중국으로 옮기기도 했죠.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엘리베이터 부품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는 조립과 설치만 할 정도가 됐습니다.

    ◀ 앵커 ▶

    그렇다 보니 시장 축소뿐만 아니라 안전도 걱정스러운 문제가 됐습니다.

    값싼 수입 부품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문제는 없는 걸까요.

    김민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쓰레기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남성이 당황한 듯 문을 두들깁니다.

    조작 버튼을 눌러도 CCTV 카메라를 쳐다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길 30분째, 겨우 비상 인터폰이 연결됐고 구조된 건 갇힌 지 40분 가까이 지나서였습니다.

    [OO아파트 거주자]
    "내려가다가 한 번 덜컹거리더라고요, 심하게…소리 지르고 몇 번을 통화했는데도 '안 떨어지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고 끊더라고요."

    지난해 말 입주한 새 아파트 단지인데도 석 달간 발생한 엘리베이터 사고만 10건째.

    단지 내 27개 엘리베이터 모두 정밀진단한 결과 양호 판정을 받은 건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업체]
    "문 쪽에 접촉불량인 것들을 다시 조정을 해서 접촉이 잘되게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승강기 인명 사고는 319건, 사망자는 91명에 달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단순 갇힘 사고는 매년 1만 건이 넘습니다.

    [김기영/한국엘리베이터협회장]
    "안전한 성능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이 결여돼 있었어요.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품질 낮은 제품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겁니다."

    전국 엘리베이터의 4분의 1이 설치 15년이 넘은 노후 엘리베이터로 교체나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800곳 가까운 유지관리업체들이 더 싼 가격을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면서 한 대 점검에 걸리는 시간이 정부 권장 시간의 절반 정도로 부실하게 점검이 이뤄지는 실정입니다.

    ◀ 앵커 ▶

    하루에 엘리베이터 몇 번이나 타십니까.

    차보다 자주 타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해서는 안 되겠죠.

    정부가 불량 수입부품 규제 강화하고 안전인증 대상 확대한다고는 하는데, 더 확실하게 제도 개선 나서야겠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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