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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수백억 들인 영어마을 줄줄이 폐업 '혈세 낭비'

[집중취재] 수백억 들인 영어마을 줄줄이 폐업 '혈세 낭비'
입력 2016-07-02 20:25 | 수정 2016-07-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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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보시는 것은 경기도가 990억을 들여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파주 영어마을입니다.

    한 때 학생들로 가득했었는데 이용인원이 점점 줄면서 결국 10년 만에 간판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다른 교육기관으로 사용하겠다는데요.

    전국 지자체들이 유행처럼 지은 영어마을,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조윤정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만 제곱미터, 넓은 대지에 들어선 이국적인 건물.

    군포시가 약 470억 원을 들여 지은 영어마을입니다.

    그런데 입구엔 잡풀이 무성하고, 원어민 교사 숙소 앞엔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7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전자 칠판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한 수업이 인기를 끌어, 한 해 이용 학생이 2만 6천 명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반 영어학원과 별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습니다.

    [이은경/학부모]
    "수업의 질이라든가 아이들 관리가 진짜 학원에서 해야 되는 것만큼 전혀 되지 않았었어요. 많이 떨어지죠."

    운영 업체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군포시는 애물단지가 된 영어마을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5천만 원을 들여 연구 용역까지 벌였습니다.

    [군포시 관계자]
    "(영어마을 건물에) 평생교육에 대한 것, 그런 것을 진행을 할 거고, 책 테마관 이런 것도 이제 조성을 할 거고..."

    대전 동구에서 8년 전 지은 또 다른 영어마을.

    땅값과 건축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지원해 구 예산 1백억 원이 넘게 들었지만, 1년 반 째 문을 닫은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가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교사 관리가 안 된데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 교육이 실시된 뒤부터 차별점이 없어진 겁니다.

    위탁 운영하던 업체와 계약이 끝난 후 3차례나 공모를 했지만, 나서는 곳이 없습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
    "운영비를 구에서 지급을 안 하면서,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까 들어오시려고 하는 분들이 잘 없었어요."

    서울시가 운영하는 영어마을 3곳도 수십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다른 길을 찾느라 고심 중입니다.

    영어마을 입구에 설치했던 출국심사대를 없애고, 요리하며 영어를 배우던 교실에선 이제 학생들이 과학 개념을 이해하는 창의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마을에서 정작 영어를 없앤 겁니다.

    [제갈용/서울영어마을 풍납캠프 실장]
    "영어 학원들이랄지 기타 다른 기관들을 통해서 외국인을 만나 접촉하는 게 훨씬 쉬워졌죠. 그렇게 이미 시대가 변해버린 거죠."

    지난 2004년 경기도 안산에 첫 영어마을이 생긴 후, 전국에 영어마을이 36곳이나 경쟁적으로 들어섰지만 현재 8곳이 문을 닫았고 남아있는 영어마을 상당수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민석/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
    "무분별한 영어마을의 설립 운영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합니다.)"

    영어 교육 열풍과 된다 싶은 사업에 올인한 지자체들, 그 결합이 남긴 거대한 건물들이 불과 10년 만에 세금 먹는 난감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MBC 뉴스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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