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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해 지면 '왁자지껄' 술판, 야외 주점 된 공원 '몸살'

[앵커의 눈] 해 지면 '왁자지껄' 술판, 야외 주점 된 공원 '몸살'
입력 2016-07-04 20:37 | 수정 2016-07-0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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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의 옛 경의선 철길.

    1년 전 자투리땅에 물길을 내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는데요.

    관광객들도 들르는 명소가 된 이 공원이 해가 지면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오현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하루 1만여 명이 찾는 경의선 숲길 공원.

    해가 지자,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취객들]
    (분위기 좋아서 온 거예요.)
    "분위기랑 밖에 있으면 시원하고."

    술과 안주를 포장 판매하는 전문 업소까지 들어서면서 공원은 거대한 야외주점을 방불케 합니다.

    인근 편의점의 주류 매출은 공원이 들어선 지 1년 만에 2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취객]
    "마음대로 먹을 수 있잖아요. 맥주 먹고 싶다가 소주 먹고 싶으면 소주도 먹고 와인도 먹고 싶으면 와인도 먹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도 산책하는 주민도, 빽빽하게 들어선 술판을 피해가야 합니다.

    [김은주/주민]
    "어린 애들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도 많잖아요. 차라리 클럽 같으면 이해가 가겠는 데 여긴 클럽이 아니고 많은 시민이 보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소음 신고만 올해 30여 건이 접수됐습니다.

    [금복남/주민]
    "술 먹고 화장실을 찾다가 없으니까 그냥 가정집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오줌 싸놓고 토해놓고 그냥 나가고."

    ◀ 앵커 ▶

    밤만 되면 취객이 몰리는 공원 또 있죠.

    오현석 기자, 한강시민공원은 어떻던가요?

    ◀ 기자 ▶

    한강공원은 경의선 숲길공원보다 규모도 훨씬 큰데요,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직접 보시죠.

    ◀ 리포트 ▶

    입구부터 먹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전화만 하면 치킨 같은 각종 배달 음식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자리마다 술은 빠지지 않습니다.

    술집에 가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고 분위기도 좋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모 씨]
    "여기는 좀 탁 트였으니까 친구들과 이렇게 나와서 먹을 수 있는, 좀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인 것 같아요."

    술 마시는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이 모 씨]
    "여태까지 이렇게 잘 있었고 막 한강에서 치맥하는 거 그냥 약간 문화고 취미 생활이고 이런 건데…."

    ◀ 앵커 ▶

    공원에서 산책이나 운동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 불편해하지 않습니까?

    ◀ 기자 ▶

    그렇습니다. 특히 고성을 지르는 등 주위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화면 보실까요?

    ◀ 리포트 ▶

    소주와 맥주, 막걸리까지 술 종류도 가지가지입니다.

    취기가 오르자 고성이 오고 갑니다.

    "XX. 진짜 하지 말자."

    금연 구역인데도 술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장영길]
    "가족끼리 많이 나오고 운동도 할 겸 해서 나왔는데 그 사람들한테 피해를 끼치니까…."

    아예 공원에 앉아 술 마시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까지 눈에 띕니다.

    [인근 주민]
    "적당히 먹으면 괜찮은데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 있는데도 쪽쪽 거리고. 많아."

    ◀ 앵커 ▶

    오현석 기자, 수고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고민 아닐 것 같은데 이정민 앵커, 어떻습니까.

    ◀ 앵커 ▶

    네. 먼저 영국 사례부터 볼까요.

    정신을 잃고 길거리에 쓰러지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영국도 야외 음주는 철저히 규제합니다.

    대학이나 공원은 대부분 금주지역이고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경찰이 제지하는데,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습니다.

    ◀ 앵커 ▶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 앵커 ▶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 술병 마개도 열어선 안 되고요.

    호주는 공원이나 해변에서 술을 마시면 벌금을 물립니다.

    캐나다 역시 공공장소에서 술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 앵커 ▶

    우리나라에서도 보시는 것처럼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건 불법입니다.

    적발되면 범칙금 5만 원을 물어야 하는데 수위가 낮은 걸까요.

    음주 소란으로 적발된 건수는 최근 2년 새 2배 늘어 연 2만 건이나 됩니다.

    공공장소 음주를 아예 금지하자는 시도도 있었는데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나세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서울시의회는 공공장소를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공원이나 놀이터 같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리겠다는 겁니다.

    지난 2009년 서울 동작구를 비롯해 전국 48개 지자체가 공공장소 금주 조례를 제정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김구현 서울시의원/대표 발의]
    "유사한 조례들은 뭐 이렇게 하자고만 규정해 놓고 아무 제재 조항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에서 공원 음주를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만 2차례.

    하지만, 과태료를 부과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산됐습니다.

    상인들 반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4년 전 강릉시는 쓰레기와 성폭력 등으로 몸살을 앓던 경포대 해수욕장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상인들 반대로 1년 만에 해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처벌 근거를 넣은 법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도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진 계획조차 못 잡고 있습니다.

    ◀ 앵커 ▶

    법적인 처벌근거가 없으니 이번에도 과태료 물리는 방안은 무산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불편과 피해가 계속되면, 처벌 근거도 마련되겠죠.

    ◀ 앵커 ▶

    장맛비 그치고 열대야 잦아지면 공원에 밤 산책 나오는 분들도 더 많아질 텐데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 시민의식으로 개선할 순 없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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