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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죽어서도 바가지" 천차만별 장례비

[앵커의 눈] "죽어서도 바가지" 천차만별 장례비
입력 2016-07-13 20:38 | 수정 2016-07-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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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죠.

    이별의 상처에 비용 부담도 큰 게 현실인데요.

    갑자기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용을 따지고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 앵커 ▶

    최근 화장 증가로 이용자가 느는 봉안 시설만 봐도 비용이 천양지차입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문을 연 수도권의 한 추모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청동재질로 된 고급 안치단이 전자파와 수맥을 차단해 준다고 홍보합니다.

    하지만 유골함을 넣어 두는 봉안당 이용료는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싼 곳은 전국 평균을 약간 웃도는 350만 원 정도지만 크기와 위치, 채광 정도 등에 따라 차이가 스무 배까지 벌어집니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은 이용료가 평균 5천만 원.

    [OO추모원 직원]
    "제가 보안카드 드릴 거예요. 다른 분들 오셨을 때는 확인 절차를 거쳐 가지고..."

    그 안에서도 위치가 위아래로 한 칸 옮겨질 때마다 가격이 2천만 원씩 오르내립니다.

    [OO추모원 직원]
    "3천, 5천, 7천. 다른 데 가 보십시오. 눈에 안 찹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추모관.

    지하에 있는 일반실은 이용료가 180만 원부터입니다.

    수입 자재를 쓰고 가족이 쓸 별도의 추모공간이 있는 특별실은 3천만 원 넘게 줘야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OO추모관 상담원]
    "장식장 자체가 이태리제입니다. 고급 실은 차별화가 있어야 하니까."

    ◀ 앵커 ▶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통해 구입하는 장례용품들은 품질과 가격을 따져보기가 더 어렵습니다.

    올해부턴 의무적으로 가격을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했지만 경황이 없는 유족들을 상대로 한 배짱 장사는 여전합니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중국산 향나무로 만든 관은 충북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35만 원입니다.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선 175만 원.

    조각 장식이 됐다는 이유로 같은 소재의 관을 부산에선 390만 원을 받습니다.

    경북 예천의 장례식장에선 150만 원에 고인에게 수제 삼베 수의를 입힐 수 있지만 부산에선 660만 원이 듭니다.

    유족들이 거리가 가까운 장례식장을 보통 이용한다는 걸 겨냥한 장삿속입니다.

    [유가족]
    "평상시에 어머니, 아버지한테 못 했던 것을 좋은 수의라든지, 좋은 관이라든지 좋은 것을 해주면 그새 잘못했던 부분이 많이 상계되지 않을까..."

    한해 3백 필만 생산되는 경북 안동산 삼베입니다.

    이 '안동포'로 만든 수의는 최소 8백만 원 이상의 고가에 팔립니다.

    장례식장과 인터넷에서 역시 '안동포'란 이름으로 팔리는 수의들입니다.

    그런데 삼베 원단의 생산지는 중국.

    정식 안동포 인증도 받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안동포 판매업자]
    "안동포 아닙니다. 국내산 안동포처럼 품질을 높게 만들었다는 표시입니다."

    ◀ 앵커 ▶

    고인을 더 잘 모시고 싶은 유족들의 마음을 악용한 이런 바가지 행태가 장례비용 부담을 더 키우는 거겠죠.

    그런데 거품까지 끼어 더 허리가 휘는 장례비용, 과연 고인도 바랄까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을 이번에는 만나보겠습니다.

    김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상주님 안으로 드시고요."

    화장한 유골을 유족들이 한 삽 한 삽 내려놓습니다.

    육십 평생 가족과 함께 했던 고인의 육신은 어느새 땅으로 돌아갑니다.

    묻힌 자리를 알려주는 건 가로 7cm, 세로 5cm의 작은 명패뿐.

    규모를 줄인 일명 작은 장례식입니다.

    화장하고 장지를 마련하는데 40만 원이 들었습니다.

    [정우수/유족]
    "흙으로 돌아가되,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그런 표식을 남기고 싶어서..."

    우리 국민 80%가 화장을 이용하는 만큼 비싼 수의 대신 깨끗한 한복을, 나무관 대신 압축 종이 관을 쓰기도 합니다.

    [김안태/우리상포협동조합 이사장]
    "오늘 사용했다가 내일 모든 것이 다 태워질 거니까."

    시설은 주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을 활용합니다.

    서울에선 조문객 2백 명 기준인 민간 시설의 절반 수준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고, 수원시도 민간이 운영하던 장사시설을 직영으로 바꿔 가격을 대폭 낮췄기 때문입니다.

    노인 단체를 중심으로 생전에 작은 장례를 약속하자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흥규/75살]
    "무슨 꽃다발이다 화환이다. 그게 뭐가 필요 있어요. 거품일 뿐만 아니라 과소비지요."

    ◀ 앵커 ▶

    마지막 효도란 생각 때문에 아직은 이런 작은 장례식은 극소수입니다.

    10년 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장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이동애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오사카에 있는 인터넷 장례업체 콜 센터.

    작은 장례식 상담이 하루 100건씩 쏟아집니다.

    [장례업체 직원]
    "간단하게 장례를 하지 않고 화장을 하고 싶다는 거죠?"

    장례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고 바로 화장하는 "작은 화장식".

    소박한 상차림과 소박한 꽃장식은 하되 가족들끼리 하루 동안 고인을 추모하는 "하루장".

    조문객을 30여 명 안팎으로 줄인 "작은 가족장".

    절차에 따라 장례비용은 우리 돈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로, 2010년에는 1000여 건 정도였지만 올해는 6월까지 3만 건 정도가 작은 장례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유골함 크기를 4분의 1로 줄이고 이름 석 자만 명패에 새기는 작은 묘지도 늘고 있습니다.

    ['작은 묘지' 구매자]
    "남편은 이쪽, 저는 이쪽..."

    실제로 지난해 한 장례업체 조사에 따르면 가족장이 50%,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경우도 20%에 육박했습니다.

    ◀ 앵커 ▶

    상 치르는 데 드는 돈이 평균 1천3백만 원, 만만치 않죠.

    10명 중 7명이 '작은 장례'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보이는 형식보다 고인을 가슴에 오래 남길 수 있는 문화도 고민해 볼 때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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