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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보이스피싱 수사 시민이 다 했는데, 공 가로챈 경찰

[집중취재] 보이스피싱 수사 시민이 다 했는데, 공 가로챈 경찰
입력 2016-07-24 20:17 | 수정 2016-07-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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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40대 주부가 갖은 방법을 다 써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두목을 잡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발표한 검거 자료를 보니 어디에도 이 시민의 역할은 없고 않고 자신들이 다 잡은 걸로 나와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신고했을 때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의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는, 올해 초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3,200만 원이란 큰 돈을 뜯겼습니다.

    [김성자/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
    "너무 억울해가지고 거의 일주일을 누워만 있었어요. 가게도 거의 문 닫다시피하고 이랬는데..."

    그런데 한 달 쯤 뒤, 자신을 속인 바로 그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기범은, 이번엔 속이려는 게 아니라 자신도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두목 격인 총책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통화)]
    "그 사람(총책)이 우리 여기에서 일 시키고 협박하고, 지금 술 먹으러 나가 있는 상태여서 전화한 거거든요. 여기서 내가 전화하기 전에 먼저 전화하지 말아요 절대."

    김 씨는 서둘러 이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의 반응은 어쩐지 시큰둥했습니다.

    [김성자/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
    "중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총책이 한국에 온단다 한국에 오는데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달란다 (했더니) 비웃더라고요."

    총책의 본명과 인적사항은 물론, 한국으로 입국할 예정인 날짜, 심지어 비행기 시간까지 알려줬지만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미적거리기만 했다는 겁니다.

    [김성자/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
    "나는 나 혼자라도 잡습니다. 내가 공항 가서 노숙을 하더라도 잡는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경찰이 못 잡는다, 막 이러길래."

    김 씨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경찰 대신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직접 설득한 끝에, 총책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과 은신처 정보,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소,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된 800명의 개인 정보와 실제 돈을 뜯어낸 피해자들의 명부까지.

    각종 단서를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김성자/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
    "(해코지 당할까) 무서웠죠. 근데 눈에 뵈는 게 없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고 경찰이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오기가 더 생긴 건 사실이에요."

    결국 김 씨의 활약 덕분에 경찰은 닷새 만에 범인을 붙잡았지만, 정작 김 씨에게는 범인을 검거했단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습니다.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김 씨에 대한 언급은 쏙 빼고, 자신들이 '첩보를 입수해 검거했다'고 홍보했습니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에게는 최대 1억 원의 신고 보상금을 주게 돼 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주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누락시킨 건 아니고, 보상 심의를 깜빡했을 뿐이라는 해명입니다.

    [경찰 관계자]
    "그때 당시엔 구정 끝나고 사건 송치하고, 구정 쇨 때 나와서 추가 조사하고 그러는 바람에 시간이 좀 지연된 것 뿐이지. (김 씨가) 화가 나겠죠. 그런데 보상금을 즉시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화성동부경찰서는 취재가 시작된 지난 14일에야 100만 원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김 씨는 이를 거절하고, 담당 경찰의 업무 태만 등에 대해 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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