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고 미끄럼타고' 술 취해 100억짜리 닥터 헬기 파손

◀ 앵커 ▶

응급 환자 후송에 쓰는 100억 원짜리 닥터 헬기가 파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병원 헬기장에 침입해 망가뜨린 건데요.

매년 30여억 원의 운영비까지 드는데도 보안은 빵점이었습니다.

고병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캄캄한 밤, 남성 3명이 대형 헬기를 장난감 삼아 놉니다.

동체에 올라가고 프로펠러 위에 드러누워 사진을 찍습니다.

미끄럼도 탑니다.

위험한 장난은 3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사흘 뒤, 헬기는 프로펠러 구동축이 휘어지고 동체도 움푹 찌그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충청남도가 지난 1월 도입한 100억 원짜리 '닥터 헬기'입니다.

[임장빈/천안 동남경찰서 형사과장]
"(운용사에서) 시험 운행을 하던 중에 기체 외부에 무언가 흔적과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수리비만 수억 원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현재 제작업체에서 정밀점검 중인 닥터 헬기는 최종 수리까지 3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운용사는 대체 헬기를 투입해 응급 출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허술한 보관 상태입니다.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 헬기는 운용하는데만 매년 30억 원 넘는 돈이 듭니다.

하지만 헬기장 보호장치라고는 높이 1m짜리 철조망이 전부, 별도 격납고는 없습니다.

경찰은 병원 방문객 등이 술에 취해 헬기장에 침입해 벌인 짓으로 보고 CCTV를 토대로 용의자들을 쫓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병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