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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구멍' 뚫린 매연저감장치, 연비 높이려 불법 개조

[뉴스플러스] '구멍' 뚫린 매연저감장치, 연비 높이려 불법 개조
입력 2016-08-23 20:21 | 수정 2016-08-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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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자동차 엔진과 배기구 사이에는 'DPF'라고 불리는 이런 매연저감장치가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화학적으로 걸러내고, 이산화탄소와 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2005년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새 경유차엔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의로 이 장치를 훼손시킨 채 다니는 차량들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유 버스 1백여 대를 운행 중인 경기도 수원의 한 버스회사에 경찰이 불시에 '매연저감장치', DPF 점검에 나섰습니다.

    [경찰]
    "불법으로 개조해서 차량을 운행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버스회사]
    "우리가요? 그건 개조를 할 수가 없는데…."

    버스 뒤편 엔진룸 옆문을 열고, DPF를 분해해 봤습니다.

    모두 4개의 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 2개가 온데간데없습니다.

    버스회사는 그제서야 불법 개조사실을 실토합니다.

    [버스회사]
    "이게 출력이 안 나와서 그래요. 원체 (출력이) 안 나와서…. 저희가 이렇게 했으면 다른 회사도…."

    이번에는 매연저감장치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화물차에 달려 있던 장치를 분해해 보니,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거나 파헤쳐진 필터가 발견됩니다.

    [재활용 업체]
    "(매연저감장치) 30개를 매입을 하면 한 개 정도씩, 한두 개…. 큰 드라이버 같은 걸 망치로 쳐서 (훼손했다)"

    DPF의 필터는 매연 속의 오염물질을 여과해 이산화탄소로, 물로 배출하고, 남은 재는 태워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실험을 해보니 DPF를 장착한 경유차의 배기가스 미세먼지 농도는 141마이크로그램이지만, DPF를 제거하면 50배 가까운 6천6백 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됩니다.

    필터에 구멍을 뚫게 되면 이렇게 여과되지 않은 매연과 미세먼지가 그대로 차량 밖으로 배출되는 겁니다.

    [박춘태/경기남부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장]
    "(불법 구조 변경에 해당돼) 1년 이하 징역에,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됩니다."

    왜 경유차 운전자들이 이런 불법훼손의 유혹에 노출되는 걸까.

    이 장치를 달면 연비가 3~4%가량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때로는 매연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항변입니다.

    [경유차 운전자]
    "엔진이 출력이 좀 낮다고 말씀드려야 하나요. (주행 중에는) 매연이 뒤로 막 뿜어져 나가거든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일반 정비소가 아닌, 시도별로 2~3군데밖에 없는 제조사 지정 정비소에서만 수리가 가능해 수리를 받으러 가기도 힘듭니다.

    [김성수/이사업체 대표]
    "차량 운행을 하루라도 멈추면 타격이 오는데 그걸 굳이 물어 물어서 거기까지 가서 돈 내고 하겠느냐고….

    그래서 정기검사를 받을 때에만 멀쩡한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했다가 검사에 통과하면 훼손된 장치로 갈아 끼우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사업체]
    "연장만 있으면요, 볼트만 몇 개 풀면 되니까."

    [수원시청]
    "원래 차에 달려서 나온 건데 그걸 어떻게 확인해서 저희 쪽에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10년간 수도권 지역 경유차 82만대에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쓴 돈은 1조 3천억 원.

    내년부터 매연저감장치가 없는 차량은 수도권에 들어올 수 없는 강력한 차단조치까지 시행되지만, 그전에 이런 꼼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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