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정신

[뉴스플러스] 약한·소형 태풍? 방심 부르는 한국형 등급

[뉴스플러스] 약한·소형 태풍? 방심 부르는 한국형 등급
입력 2016-10-07 20:16 | 수정 2016-10-07 20:26
재생목록
    ◀ 앵커 ▶

    태풍의 위력은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만 배에 이릅니다.

    이런 태풍이 우리 기상청은 소형이다, 약하다는 등급도 붙이는데요.

    이번 차바 때도 그랬습니다.

    얼핏 들으면 태풍이 약해 보이죠.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이런 등급을 쓰지 않습니다.

    슈퍼태풍, 강하다 못해 맹렬하다, 초대형이다 이렇게 분류합니다.

    오늘 뉴스 플러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 기상청의 태풍 등급을 해부했습니다.

    이정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태풍 차바가 제주를 강타한 뒤 부산을 할퀴고 울산을 잠기게 할 동안, 예상치 못했던 대형 재난에 부랴부랴 주민대피령, 홍수경보 등이 내려졌지만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태풍이 부산에 상륙한 직후 기상청은 제주에선 강했던 태풍 위력이 중간 강도로 약해졌고 크기는 소형, 작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그 40분 뒤 일본 기상청은 태풍을 여전히 강한 것으로 분류하고 작다는 얘긴 아예 없습니다.

    같은 태풍인데도 한국과 일본의 태풍 등급이 다른 건 태풍을 대하는 시각차 때문입니다.

    양국 모두 태풍 중심풍속으로 강도를 분류해 통보하는데 우리나라는 약한 태풍 중간 태풍이 있는 반면 일본은 강하고, 매우 강하고, 더 맹렬한 태풍만 있을 뿐 약하거나 중간은 없습니다.

    일본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약한 태풍 우리 기상청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정관영/기상청 과장]
    "태풍이 약하다는 말은 이게 앞뒤가 안 맞는 어떤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태풍 크기도, 우리와 달리 일본은 작거나 중형은 없고 대형 초대형만 있습니다.

    태풍이 약하다거나 작다는 표현 자체가 안일한 대응과 방심을 불러올 수 있어 일본은 이런 등급들을 지난 2000년 이후 없앴는데 우리는 옛 일본식 등급을 여전히 쓰고 있는 겁니다.

    [문일주/태풍연구센터 센터장]
    "2007년 태풍 '나리'가 제주도를 휩쓸었을 때 '소형 태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요. 이 말 때문에 사람들이 좀 경계를 늦추고…"

    반대로 다른 나라엔 다 있는데 우리나라엔 없는 태풍도 있습니다.

    온난화로 태풍 위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중심 풍속이 초속 50m 초반대를 넘어서면 슈퍼 태풍, 맹렬 태풍이란 등급으로 따로 분류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속 44m나 60m나 매우 강한 태풍, 한 가지로 분류됩니다.

    순간풍속 60m 태풍 매미와 59m 차바를 비롯해 역대 가장 센 태풍 10개 중 7개가 2000년 이후 발생하는 등 태풍 위력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

    초대형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선 상황에 걸맞게 등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상청도 이런 지적에 수긍하며 올해 안에 태풍 등급 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관영/기상청 과장]
    "등급 조정에 대한 필요성도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내부 공감대도 형성이 돼 있다고 봅니다. 올해 준비를 해서 내년에는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수십 년을 써온 태풍 등급을 조정하면 국민안전처 태풍 방재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범정부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MBC뉴스 이정신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