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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연애도 과외시대? '연애 사교육 시장' 성황

[앵커의 눈] 연애도 과외시대? '연애 사교육 시장' 성황
입력 2016-10-20 20:39 | 수정 2016-10-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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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단계 오프라인 강의, 2단계 영상 강의, 3단계 심화 학습, 마지막은 미션 프로그램.

    뭘 가르치는 곳인가 싶으실 텐데요.

    연애 학원의 교육 과정입니다.

    어제 대학과 기업의 연애 강좌가 인기라는 뉴스 전해드렸는데 이걸 넘어 돈까지 들여 연애를 배우는 이른바 '연애 사교육 시장'이 성황입니다.

    먼저 박영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관심이 가는 상대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합니다.

    [곽현호/연애코치]
    "'너도 거기 갔던 거야?' 질문형으로 참여를 해야지. '어 맞아, 맛있더라' 이건 안됩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강생들은 꼼꼼히 받아 적습니다.

    3주 과정에 수강료 109만 원, 서울 강남의 한 연애 학원 종합반입니다.

    수업을 위해 경기도는 물론 부산에서 올라온 수강생도 있습니다.

    [연애학원 수강생]
    "선배분들한테 제가 조언을 받을 수가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만큼 돈을 주고 배울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 4시간씩 사흘, 12시간의 이론 강의가 끝나면 다음은 2차례의 현장 실습입니다.

    주말 저녁, 연애 코치와 함께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을 찾은 수강생들.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봅니다.

    [연애학원 수강생]
    "굉장히 아름다우세요. 저희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미녀는 오래 서 있지 말라고…."

    유심히 관찰하던 연애 코치는 바로 조언을 건넵니다.

    [곽현호/ 연애코치]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초반에 조금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보여줘야 해. 여기서 진중한 얘기 쓰면 안 먹히는 거야."

    ◀ 앵커 ▶

    이런 연애학원.

    서울에만 열 곳이 넘습니다.

    옷이나 말투, 행동에 대한 강의, 모의 연습, 현장 체험.

    과정은 비슷비슷한데요.

    종합반 수업을 듣느냐, 일대일로 하느냐에 따라 1백만 원부터 5백만 원까지 수강료는 천차만별입니다.

    ◀ 앵커 ▶

    남자, 여자 연애 방식도 다르겠죠.

    그래서 학원도 따로 있습니다.

    이번엔 여성만을 위한 연애 상담 보실까요.

    유충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시간에 10만 원인 비싼 수업료를 내고 매주 상담을 받는 20대 직장인.

    1년을 사귄 남자 친구가 갈수록 연락이 뜸해져 고민입니다.

    [연애학원 수강생]
    "한 번 헤어지고 나서 다시 사귀게 되었는데 예전만큼 그렇게 남자친구 마음이 큰 것 같지 않고…."

    먼저 분석하는 건 서로 주고받은 문자.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진단입니다.

    [조기원/연애코치]
    "남자친구 만나는 날 이렇게 해서 스케줄을 빼버리시죠? (네, 보통은.) 그렇게 하시니까 남자는 '아, 이 여자는 당연히 주말에 만날 수 있는 여성이다'…."

    소개팅만 나가면 긴장된다는 이 여성은 모의 연습을 위해 정장까지 차려입었습니다.

    말하는 방식, 앉아있는 태도, 의상 일일이 평가합니다.

    [조기원/ 연애코치]
    "다리 꼬고 이러고 계속 있었어요. 남자가 오해해요. '얘 나한테 관심이 없나?'"

    ◀ 앵커 ▶

    6년 전 개봉한 이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입니다.

    짝사랑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의뢰인을 위해 작전을 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듭니다.

    "대사 나갈 테니까 연습한 대로만 합시다."

    그런데 영화 속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현실에서도 성업 중인데요.

    돈만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5천 쌍의 연인을 성사시켰다고 홍보하는 한 연애조작단 업체.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했다고 하자 대뜸 작전에 들어가자고 권합니다.

    [연애조작단]
    "우리는 직접적으로 그 사람 삶 속으로 들어가요. 그래야 나중에 더 많이 흔들 수가 있어. 여자들은 귀 되게 팔랑거리거든요."

    기간은 3개월, 작전 비용은 4-5백만 원을 부릅니다.

    [연애조작단]
    "경기도 같으면 일반이 500만 원이에요. 서울도 최하 400~450 이렇게 들어가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애 조작단 업체를 찾은 30대 남성은 3년 전 헤어진 여자 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에 31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교육이다, 사전 조사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여자 친구에겐 새 애인이 생겼습니다.

    [피해자]
    "1개월 정도는 교육을 한다고 해서 지나가고, 3개월은 그 사람의 사전조사를 해야 되고, 4, 5, 6개월 지나면 작전을 해야 되는데 일정이 서로 안 맞고…."

    대부분의 연애 조작단 업체들은 일단 돈을 입금해야 상담을 시작하고, 문제가 생겨 환불을 요구할 땐 무조건 안된다며 버티기 일쑤입니다.

    계약 사흘 만에 맘이 바뀌어 작전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
    "계약서상에 서명이 됐기 때문에 환불해 주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소송을 하시든지 고소를 하시든지 알아서 하시라고. 안 그래도 아픈 사람을 죽어라 죽어라 밟는…."

    ◀ 앵커 ▶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이거다, 저거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텐데 학원에서 단기간 배워 연애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실패가 두려워 공부하고 그러다 잘 안되면 돈 내고 상담받고 대인관계가 부담스런 요즘 젊은 세대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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