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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목 따끔거리는데 예보는 괜찮다? 못 믿을 미세먼지 수치

[앵커의 눈] 목 따끔거리는데 예보는 괜찮다? 못 믿을 미세먼지 수치
입력 2016-12-02 20:38 | 수정 2016-12-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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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심각한 스모그에 뒤덮인 중국 베이징의 요즘 모습입니다.

    겨울 난방이 본격화된 탓인데요.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도 짙어지게 됩니다.

    ◀ 앵커 ▶

    그런데,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으로 나온 날만 조심하면 될까요?

    정부 발표는 '활동하기 괜찮은 날'이라고 돼 있는데, 목이 따끔따끔하고, 답답하다고 느끼신 적 없으십니까?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중구의 미세먼지 농도, 보통. 야외활동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예보된 평일 오후입니다.

    시청 역 근처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나쁨 수준인 133㎍/㎥, 정부가 실시간 측정해 띄우는 발표치(64)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습니다.

    [이인섭]
    "이거 딱 보고 나서 항상 저 산 보면 가까울 때면 아 저거 깨끗하구나 맞구나. 저게 잘 안 보이면 더럽다는 얘긴데 이게 가끔 안 맞을 때도 간혹 있긴 있어요."

    이번엔 서울 성동구 왕십리.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측정한 미세먼지 평균치는 137㎍/㎥, 같은 시간 정부 발표치(73)를 봤더니, 절반 수준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자치구마다 설치된 미세먼지 관측소는 단 한 곳, 그마저도 서울 중구는 덕수궁 뒤편 나무에 둘러싸인 서울시청 별관 옥상에, 성동구는 서울숲 안에 관측소가 있습니다.

    환경부는 정확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1.5에서 10미터 사이의 높이에 관측소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전국의 도시 대기 측정소 260곳 중 71%가 10미터가 넘는 높이에 설치돼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상대적으로 대기 질이 나은 높은 곳에 관측소를 설치한 겁니다.

    [임영욱/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
    "오염물질의 농도가 희석되어 있는 곳에서 측정된 값들을 행정적인 목표의 원칙으로 삼다 보니까 국민이 체감하는 농도하고는 굉장히 차이가 큰 값들이 적용되는 겁니다."

    미세먼지 특보 발령 시점도 늦습니다.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2시간 지속 돼야 발령되기 때문에 실컷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뒤에야 알림을 받는 셈입니다.

    ◀ 앵커 ▶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에 대해, 우리나라가 목표치로 잡은 환경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넘을 경우,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데요. 세계보건기구 WHO의 권고보다는 2배, 주요 선진국보다 높습니다.

    하루 평균 40㎍/㎥의 미세먼지가 관측됐을 때 미국과 일본에선 탁하다고 보지만, 우리나라는 쾌적하다고 보는 겁니다.

    ◀ 앵커 ▶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미세먼지에 더 강한 것도 아닐 텐데요. 이렇다 보니 정부가 발표하는 미세먼지 정보를 그냥 믿을 수 없다며, 스스로 측정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나세웅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분주한 아침을 보내는 주부, 바쁜 와중에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미세먼지 측정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수치만 믿기엔 안심이 안 돼 한 달 전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했습니다.

    [류예선]
    "제 몸에서 느끼는데 또 눈으로 봤을 때도 나쁜 게 딱 보이는데 맑음으로 좋음으로 나오니까 믿을 수가 없었죠."

    이른바 '셀프 측정족'이 늘면서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까이 더 팔렸습니다.

    직접 측정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자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돼 다섯 달 만에 가입자가 2만 명을 넘었습니다.

    중국 등 해외 기상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기상 정보를 확인해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미옥]
    "국내 예보에서는 내일 좋을 것이다 했는데, 바람방향이 이렇지 않을 것 같은데, 하루 뒤에 확인해보면 진짜 국내예보는 안 맞을 때가 많고요."

    ◀ 앵커 ▶

    흔히들 얘기하는 미세먼지 상식, 정말 그럴까요?

    삼겹살을 먹으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입니다.

    [윤진희/고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세먼지는 주로 기관지를 통해서 들어와서 그런 섬모활동을 통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섭취해서 기관지의 점액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맑은 날엔 미세먼지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세먼지가 보이고 안 보이는 건, 입자 크기나 습도에 따라 다른 것이지, 맑거나 흐린 것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엔 가급적 창문을 닫고 집안 환기를 덜 하는 게 좋을까요? 그렇습니다.

    다만 청소나 요리를 할 때는 실내 미세먼지가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환기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윤규/건설기술연구원 박사]
    "가장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순간은 조리하는 중이 아니고 조리가 끝나고 나서입니다. 최소한 15분 정도는 환기를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 앵커 ▶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650만 명이 미세먼지 오염으로 조기 사망한다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내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비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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