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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눈] 조용한 살인자, 슈퍼박테리아 '비상'

[앵커의눈] 조용한 살인자, 슈퍼박테리아 '비상'
입력 2016-12-12 20:35 | 수정 2016-12-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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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른바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슈퍼 박테리아'.

    정확한 명칭은 '다제내성균'입니다.

    여러 가지 약에 견디는 성질을 가진 균.

    즉, 이 약 저 약 써도 안 죽는다는 겁니다.

    ◀ 앵커 ▶

    2050년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천만 명, 3초에 한 명꼴로 숨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암을 넘어설 거란 얘긴데,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먼저, 나윤숙 의학전문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학병원 중환자실.

    한 환자가 격리조치돼 있습니다.

    손을 소독하고 장갑을 챙겨 낀 간호사가 조심스레 주사로 약물을 넣습니다.

    [김보라/중환자실 간호사]
    "가운을 입고 장갑을 끼고 환자를 접촉하고 있고요, 그리고 각 환자마다 철저하게 손 소독을…."

    투입되는 약물은 일반 환자에게는 좀처럼 쓰지 않는 강력한 항생제.

    어지간한 항생제로는 죽지 않는 내성 세균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박세윤/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다제내성균이 확인된 환자는, 전파 위험이 큰 환자를 우선적으로 빠른 격리조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 건수는 8만 8천 건을 넘어섰고,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특히, 최강 항생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경우도 2천 5백 건이 넘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엔 최후의 보루 항생제로 불리는 '콜리스틴'까지 안 통하는 '슈퍼박테리아' 대장균이 3건 검출됐습니다.

    '콜리스틴'은 신장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최강 항생제인데, 이마저도 무력화시킨 세균까지 국내에 침투한 겁니다.

    ◀ 앵커 ▶

    인류와 세균과의 기나긴 전쟁, 시작은 1928년, 영국의 한 연구실이었습니다.

    세균을 배양하던 접시에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섞여 들어갔는데 기르던 세균들이 모두 죽어버린 겁니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 인류가 세균을 이기는 듯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세균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항생제를 견디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키며 진화한 겁니다.

    새 항생제를 개발하면, 다시 세균도 또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결과, 여러 약에 끄떡없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한 겁니다.

    특히 최후의 항생제까지 견디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확인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최강 항생제에 버티는 '슈퍼 박테리아'는 작년 11월 중국 남부, 돼지와 닭 등 가축의 대장균 등 정기검사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4개 지역 가축시장에서 추가 발견된 데 이어 이미 광둥성, 저장성의 병원 입원 환자, 즉, 인체 속까지 들어간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슈퍼박테리아가 가진 내성 유전자는 쉽게 퍼지는 이동형입니다.

    한 달여 뒤 영국의 돼지 세 마리에서 같은 슈퍼 박테리아가 나왔고, 덴마크,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이어 태국에서도 발견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올 들어선 지난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49살 여성의 소변에서도 검출됐고, 급기야 국내에도 들어온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항생제에 견디도록 세균이 진화할수록, 질병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그 균에 잘 드는 항생제를 썼을 때와 잘 안 듣는 항생제를 썼을 때 사망률이 20-30% 차이가 난다는 보고들이 많습니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사망률이 꽤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쉽게 치료했던 감염과 부상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항생제의 막다른 골목이 멀지 않았다"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슈퍼박테리아, 보셨다시피 돼지, 닭 같은 가축에서 사람으로 옮겨오고.

    또, 국경도 가리지 않습니다.

    보건영역뿐 아니라 농축산, 환경까지 전 지구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 앵커 ▶

    일반 가정에서도 지킬 게 있습니다.

    혹시, 감기 걸리면 독한 약부터 찾으시나요?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가 옮기는 거여서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가 필요 없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야 하고요.

    슈퍼박테리아도 결국 퍼지는 건 사람의 손과 입을 통해서입니다.

    손 깨끗이 씻는 습관이 어지간한 질병을 막아주는 이유입니다.

    또, 세균이 사람 몸에 들어왔다 해도 튼튼한 몸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합니다.

    건강관리 잘 해 면역력을 키운다면 세균이 발현할 일도, 항생제 찾을 일도 없을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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