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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얼어붙은 기부, 나눔의 손길 '뚝'

[앵커의 눈] 얼어붙은 기부, 나눔의 손길 '뚝'
입력 2016-12-19 20:34 | 수정 2016-12-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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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익숙한 소리시죠.

    전국 380여 곳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입니다.

    온정을 함께 나누자는 호소입니다.

    ◀ 앵커 ▶

    광화문 광장엔 사랑의 온도탑도 보입니다.

    다음 달 말까지 모금목표를 1%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온도가 올라가는데요.

    작년 이맘때 45.1도였던 게 올해는 여태 18.8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부 '한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그래서 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 신정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이른 아침,

    사람들이 하나, 둘 무료 급식소로 모여듭니다.

    [이순길]
    "수원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고 서울 영등포 뭐 천안 이렇게 오니까. 자금이 부족하니까 안 주는 데가, (급식을) 하다 안 하는 데가 많아요."

    차려진 밥상은 컵라면에 밥 한 공기, 김치가 전부..

    하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끊길 처지입니다.

    매달 3백만 원가량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80여 명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왔는데, 석 달 전부터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식사와 함께 제공되던 과일을 없애고 밥량을 줄이고..

    급기야 대출까지 받아 간신히 운영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충일/수원 한벗교회 목사]
    "IMF 때가 제일 힘들었고, 그때보다 더 힘든 게 요즘 시대인 것 같아요."

    서울의 몇 안 남은 달동네.

    슬레이트 지붕 아래 한기가 돌던 이곳에 온정을 담은 연탄이 도착합니다.

    [서치선]
    "쌀보다 더 소중하지. 한 끼 굶을 수는 있지만 연탄 없으면 못 살잖아. 추우니까.."

    하지만, 집집마다 전해지는 연탄은 지난해보다 부쩍 줄었습니다.

    최근 석 달간 연탄 은행에 들어온 후원은 연탄 96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나 준 탓입니다.

    겨울을 나려면 1인 가구당 한 달 평균 연탄 150장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이 백 장에서 120장만 나눠주고 있습니다.

    ◀ 앵커 ▶

    경기가 더 안 좋을 때도 쌓이던 온정이 올해 유난히 인색해진 이유가 뭘까요

    한 기부 관련 연구기관이 모금 담당자들에게 물었더니, 열 명 중 일곱 명이 "최순실 게이트를 가장 부정적 영향"으로 꼽았습니다.

    청탁금지법이나 경기침체보다 일반 기부자들에게 더 민감한 요인이었다는 겁니다.

    [조성순]
    "시국이 혼란스럽고 아무래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많으니까 모금이나 성금 같은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함동한]
    "기부를 하고 그랬었는데 올해 들어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다 보니까 막상 기부를 하면 이걸 어디다 어떻게 쓰는지 그걸 정확하게 알 수도 없는 것이고.."

    기업의 기부도 예년 같지 않습니다.

    보통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이 시작되는 11월 말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부에 참여하는데요.

    지난해 30억 원 이상 기부한 13개 기업 중 올해는 단 네 곳만 기부를 했습니다.

    경기 불황도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국회에 불려나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 앵커 ▶

    우리나라의 경우, 기부의 70%가 연말연시에 집중됩니다.

    이렇다 보니, 주변 상황에 따라 기부금액이 늘었다, 줄었다..출렁이기 쉽습니다.

    반짝 기부보다는 정기적인 기부가 중요하다는 이유인데요,

    일상에서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을 나세웅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한 때 수강생이 100명이 넘을 만큼 큰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던 이연희 씨.

    15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정부 수급비와 폐지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60만 원.

    그런데 혼자 쓰기에도 빠듯한 이 돈을 쪼개고 쪼개 매달 절반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연희/기부자]
    "돈 있는 사람들은 더 안 하더라고요 사실은. 없어서 힘들고 그런 사람들이 없는 사람 사정 알 듯이.."

    나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부에 참여해봤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 영국(67%)과 캐나다(82%) 등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특히 기부를 연말같은 특정 시기에 일회성으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때문에 전체 모금액 중 정기적 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심정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장]
    "정기적 기부는 모금기관의 안정적인 재원이 됨으로써 계획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 앵커 ▶

    세계기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가장 기부에 후한 나라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미얀마입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가장 인색했고요, 한국은 중간에 머물렀습니다.

    기부라는 게 꼭 돈 많은 사람들만 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겠죠.

    자원봉사, 마음을 전하는 일.. 작은 실천부터 한번 해보시죠.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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