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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해시태그가 바꾼 세상, 'SNS 폭로'의 명과 암

[앵커의 눈] 해시태그가 바꾼 세상, 'SNS 폭로'의 명과 암
입력 2016-12-23 20:35 | 수정 2016-12-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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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달 초 개설된 한 트위터 계정입니다.

    특정 여중, 여고의 문제를 다루는 계정인데, 복장 규정, 성희롱, 폭언에 대해 제보해 달라고 덧붙여 놨습니다.

    온종일 스마트폰 붙들고 사는 청소년들의 속풀이 공간에 그쳤을까요?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짧은 치마를 입혀 여고 응원단을 군 위문공연에 보냈다, 국어 교사가 수업 중 성관계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은근슬쩍 신체접촉을 한 교사에 대한 고발도 잇따랐습니다.

    [졸업생]
    "'너무 예쁘다'고 저한테... 자연스럽게 허벅지도 만지시고, 팔도 주물럭주물럭거리고..."

    이틀 만에 수백 건의 폭로가 이어졌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닷새 만에 시 교육청이 나서, 전·현직교사 8명을 성추행, 성희롱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다른 학교에 대한 폭로도 뒤따랐습니다.

    '한 도덕교사가 "섹시하다", "가슴이 크다"며 학생을 성적 대상화하고 막말도 일삼았다.'

    학교 당국이 즉각 조치에 나섰습니다.

    ◀ 앵커 ▶

    SNS의 이런 폭로 글, 이런 표시를 붙여 주제를 적어놓습니다.

    '해시태그', 일종의 분류표인데, 관심사를 보기 쉽게 묶는 겁니다.

    지난 2009년 이란의 부정선거 당시 이 표시로 민주화 시위 일정을 공유했는데요, 이후 개인적 신변잡기에 그치지 않고 테러나 인권 문제, 또 재해에 대한 위로, 사회 현안까지 주제가 다양해졌습니다.

    ◀ 앵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비밀을 말할 수 없어 끙끙대다 찾아간 곳, 바로 대나무숲이죠.

    요즘 대학생들은 SNS의 대나무숲 계정에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명문대생들의 성희롱 카톡방, 오물 막걸리를 먹인 신입생 환영회... 각종 학내 부조리가 여기서 폭로됐습니다.

    직장인들은 스마트폰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속에 숨어서 비밀을 얘기합니다.

    회사 복지, 임금, 업계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데요.

    대한항공 조현아 부회장의 땅콩회항 사태,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명퇴 강요... 여기서 알려졌습니다.

    성희롱 피해 여성, 막 입학한 신입생, 사회 초년생...

    발언권이 약한 이른바 '을'이죠.

    이들이 맘껏 말할 창구가 돼준 SNS, 누가, 어떻게 운영할까요?

    이동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한 대학 대나무숲 관리자를 뽑는 면접.

    모자,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면접관의 얼굴을 철저히 가렸습니다.

    ['대나무숲' 계정 관리자]
    "우리 신원은 절대 들키면 안 되니까, 분장도 하고 장소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요. 그런 식으로 보안에 신경 쓰면서 오프라인(현장 면접)으로 했습니다."

    무보수로 일하는 10명의 관리자는 모두 재학생.

    매일 동문들이 보내온 백여 건의 글 가운데, 20건 정도를 골라 올립니다.

    ['대나무숲' 계정 관리자]
    "겹치는 제보라든가, 욕이 많거나 인신공격성인 제보도 거르고요. 개인정보는 무조건 최대한 가리는 편으로 하고요."

    관리자도 글 작성자를 알 수 없는 만큼, 철저히 익명성이 보장됩니다.

    회사별, 업종별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은, 본인이 사용하는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됩니다.

    하지만, 신분은 노출되지 않습니다.

    [앱 개발자]
    "인증하는 데이터(정보)와 사용할 때 데이터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놨어요. 글을 누가 썼는지 특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거죠."

    회사별 게시판이 2천 3백여 개에 달하지만, 운영자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앱 개발자]
    "저희도 저희를 못 믿어서요. 그냥 막 볼 수 없게 권한 설정을 했어요. 신고된 글들만 볼 수 있게 해놨어요."

    ◀ 앵커 ▶

    그런데,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SNS 공간, 문제는 없을까요.

    한 대학 대나무숲에 올라온 폭로인데요, 한 남학생을 상습 성폭행범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내 신원까지 노출됐는데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가짜 고발, 조작도 가능하다는 거죠.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달 초 미국 워싱턴의 한 피자가게에서 2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이곳 지하실에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 SNS를 통해 퍼진 의혹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게에는 지하실조차 없었습니다.

    [피자가게 사장]
    "세계 곳곳에서 많고 많은 확인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누군가 찾아오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가짜 기사는 페이스북에서만 96만 번 넘게 퍼날라졌습니다.

    영국BBC와 미국 NBC 뉴스의 추적 결과 가짜 뉴스 공급처는 엉뚱하게도 마케도니아 작은 도시의 10대들이었습니다.

    이 18살 청년은 미국 대선 기간 가짜 뉴스에 붙은 SNS 광고 수익으로 6천만 원을 벌었습니다.

    [가짜 뉴스 생산자(NBC뉴스 인터뷰)]
    "낚시성 단어들, 이를테면 '신이시어', '긴급 속보', '와우' 같은 걸 붙이죠. 사람들은 더 궁금해서 그 글을 열어볼 겁니다."

    급기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가짜 뉴스와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신뢰성 있는 기관에 의뢰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이택광/경희대 교수]
    "개인의 책임의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감시)이라든가 데스킹(수정, 편집)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SNS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고 여론이 공론화되는 일,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그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고요.

    이에 더해 순기능을 유지하려는 이용자들의 의식,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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