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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투데이] "미치도록 잡고 싶다" 집념의 재수사

[이슈투데이] "미치도록 잡고 싶다" 집념의 재수사
입력 2016-11-22 07:29 | 수정 2016-11-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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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훈 앵커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사실 화성만 유명해서 그렇지, 이런 사건 전국에 대단히 많습니다.

    발생 5년이 지나도록 범인 못 잡은 미제 살인사건, 지금 270건입니다.

    최근, 그 중 1건의 범인이 검거됐습니다.

    18년 전, 1998년 서울 노원구에서 일어난 대낮 30대 가정주부 살인 사건인데요.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가 결국 잡고야 만 담당 형사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김응희 경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는 누구나 해결 못 한 강력사건은 항상 해결하고자 가슴에 가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11살 딸이 현장을 목격한 것이 가슴이 아팠고, '꼭 잡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법 전과자로 수천 명, 8천 명 정도를 계속 일일이 확인해 나갔습니다. 검거 전에 일단은 DNA를 맞춰봐야 하니까 미행 추적해서 DNA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 박재훈 앵커 ▶

    엄마가 죽는 현장을 딸이 목격한 게 가슴이 아팠다, 늘 가슴에 가지고 있었단 말이 묵직합니다.

    엄주원 아나운서, 사건이 발생할 때도 김응희 경위가 형사였나요?

    ◀ 엄주원 아나운서 ▶

    당시에는 수사본부 막내였다고 합니다.

    최근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옮겨왔는데 여기서 의지를 갖고 재수사를 한 겁니다.

    ◀ 박재훈 앵커 ▶

    집념만으로 되지는 않았겠죠.

    검거를 뒷받침한 증거들이 꽤 있었다고요?

    ◀ 엄주원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그때도 피의자 얼굴 사진과 DNA, 혈액형이 AB형이라는 단서가 남아있었는데요.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2010년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는 점, 그리고 과학수사가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수사팀은 범행 당시 연령대 범죄자 중 유사 수법을 썼던 8천 명을 가려낸 다음 같은 혈액형 125명의 얼굴을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오 모 씨가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고, 오 씨의 DNA를 국과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서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사건 발생 18년 22일 만에 검거된 건데요.

    강간살인 공소시효는 15년이지만 DNA 증거가 있으면 시효가 10년 늘게 돼 있어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 박재훈 앵커 ▶

    과학 수사가 18년의 한을 풀어줬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 과학 수사, 지금 어느 정도까지 발전해 있습니까?

    ◀ 엄주원 아나운서 ▶

    사실 예전에도 지문이 확보돼도 주민등록 데이터 상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또, 지문이 있어도 일부만 남아 있으면 감식이 불가능했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런 '쪽 지문'도 감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지난 2004년 대전 대성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손톱보다 작은 지문 감식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DNA 분석도 수준급이라는 평가인데요.

    강력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 두었다가 비슷한 사건 때 대조가 가능한데요.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 1명이 2007년 대전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도 이 방법으로 밝혀졌습니다.

    DNA 데이터베이스, 관련 보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가 저장된 곳.

    데이터베이스의 심장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현재 이곳엔 약 5만 명의 DNA가 영하 20도 상태에서 보관돼 있습니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도 DNA를 추출해내고 있습니다.

    [임시근/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력범죄분석실장]
    "다른 사건으로 잡히더라도 일치하게 되면 새로운 여죄를 밝힐 수가 있게 됩니다."

    ◀ 박재훈 앵커 ▶

    사실 과학수사에 대한 우리 눈높이는 굉장히 올라가 있는 편입니다.

    CSI 같은, 미국 드라마 많이 본 영향이겠죠.

    ◀ 엄주원 아나운서 ▶

    아무래도 그렇겠죠.

    ◀ 박재훈 앵커 ▶

    그런 미드에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증거를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서 결국 범인을 찾아내는 장면들이 나오죠?

    ◀ 엄주원 아나운서 ▶

    맞습니다.

    그런 증거를 바로 '미세 증거'라고 합니다.

    작은 섬유나 흙, 페인트 조각.

    이렇게 눈에 잘 안 보이는 흔적들도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합니다.

    숭례문 화재 사건 당시에도 이 미세 증거가 방화 혐의 입증에 기여했습니다.

    방화범의 운동화에서 발견된 작은 붉은 흔적이, 숭례문 기둥에서 채취한 페인트 시료와 같은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미세 증거에 눈을 돌렸지만 국내에서는 2천 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는데요.

    수사 범위를 좁히고, 범행을 부인하는 용의자를 압박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 어렵다는 수중 감식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 보시죠

    ◀ 리포트 ▶

    바다는 육지보다 현장 보존이 어렵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시신이 유실되거나, 동물에 의해 훼손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해양과학수사는 이런 환경을 역이용합니다.

    사체를 꽃게가 파먹은 흔적, 감성돔이나, 오징어, 복어가 뜯은 이빨 자국이 제각각 다릅니다.

    지역별로 서식하는 고유의 바다 생물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시신이 어디서 흘러왔는지 유추합니다.

    ◀ 박재훈 앵커 ▶

    이번에 잡힌 성폭행 살인 피의자 44살 오 씨는 아이까지 있는 가장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첨단 과학 수사가 아니었다면 죄는 묻히고 태연한 얼굴로 우리 옆을 활보하고 있었겠죠.

    화성 살인사건뿐 아니라 여러 미제 사건들, 십몇 년 만에, 이십몇 년 만에 범인 잡혔다는 소식 또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슈투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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