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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필리핀에서 자꾸만 피살되는 한국인, 이유는?

[사건 속으로] 필리핀에서 자꾸만 피살되는 한국인, 이유는?
입력 2017-01-20 17:38 | 수정 2017-01-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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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몇 달 전 필리핀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사업가가 다름 아닌, 필리핀의 전·현직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충격적인 소식, 며칠 전 전해드렸는데요,

    알고 보니 피해자가 경찰관들에 의해서, 그것도 경찰청사 안에서 피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필리핀 경찰 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서민수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필리핀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피랍된 50대 한국인 사업가 지 모 씨가 경찰청사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범행에는 현직 경찰관 세 명 등 모두 여덟 명이 직접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8일 지 씨의 집에 마약 혐의를 조작한 가짜 영장을 들고 들이닥쳐 지 씨를 연행해 갔습니다.

    이어 당일 밤 10시쯤 경찰청사 내 마약단속국 건물 옆에 주차한 차 안에서 지 씨를 목 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주범인 마약단속국 소속 경찰관은 지 씨를 테이프로 묶어 살해하기 전 윗선으로 보이는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다는 공범의 진술도 나왔습니다.

    경찰 상부 등에 또 다른 공모자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납치범들은 지 씨의 시신을 전직 경찰이 소유한 화장장에서 소각해 화장실에 버리고 나서 2주일 뒤 지 씨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1억 2천여만 원을 뜯었습니다.

    지 씨가 피살된 현장은 바로 앞에 경찰청장 관사가 있어 경비가 특히 삼엄한 곳이었습니다.

    델라 로사 경찰청장은 한국인들에게 죄송하고, 온몸이 녹아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라며 당혹감을 표시했습니다.

    방콕에서 MBC뉴스 서민수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 사업가는 인력송출업을 하는 53살 지 모 씨 입니다.

    지 씨는 현지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소문난 인물인데요.

    범인들은 이 소문을 듣고 지 씨 몸값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중심으로 사건을 시간대별로 다시 살펴보면 지난해 10월 18일, 필리핀 중부 앙헬레스에 있는 지 씨의 집으로 경찰관 세 명이 들이닥칩니다.

    경찰은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가짜 영장을 보여주고, 지 씨와 가정부를 함께 연행하는데요.

    경찰은 지 씨를 마닐라 '케손'(Quezon)시에 위치한 경찰청 마약단속국 건물 옆 주차장으로 끌고 가 밤 10시쯤 지 씨를 살해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소각한 뒤 화장실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지 씨의 가정부는 무사히 풀려났고, 보름 뒤 이들은 지 씨의 아내에게 연락을 합니다.

    발신자 불명의 문자 메시지로 지 씨의 몸값으로 8백만 페소, 우리 돈 1억 9천여만 원을 요구했는데, 이 가운데 5백만 페소, 우리 돈 1억 5천여만 원을 받아 챙기고는 잠적한 겁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지 씨와 동행했던 가정부를 비롯해 모두 8명인데요.

    이 가운데 현직 경찰관 세 명이 포함됐습니다.

    핵심 용의자는 마약단속반에 속한 리키 이사벨 경사입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지난 16일 현지 기자들에게 주범인 이사벨 경사가 "숨진 지 씨의 은행카드로 현금을 인출했다"고 비난했는데요.

    하지만 공범인 다른 현직 경찰관 두 명에 대해서는 "이들은 적법한 작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속았다"며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는데요.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조준혁/외교부 대변인(지난 1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필리핀에서 피랍되어 살해된 우리 국민과 관련하여 (필리핀) 야사이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습니다. 야사이 장관은 피랍 우리 국민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현재 필리핀 정부가 사안의 엄중성을 감안하여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며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윤 장관은 이번 사건에 필리핀 경찰들이 연루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사건의 명확한 진상을 밝혀 범인들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난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지 씨를 포함해서 9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청부살인 등으로, 필리핀에서 숨진 사람은 모두 48명에 달했습니다.

    필리핀 경찰이 무고한 한국인을 마약 혐의자로 몰아서 납치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12년 2월, 필리핀 경찰관 등 10명이 여행 가이드와 짜고 한국인 관광객 4명을 납치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경찰은 "돈을 주지 않으면 마약 소지 혐의를 뒤집어씌우겠다"며, 2천4백만 원의 몸값을 받아 챙긴 뒤에 7시간 만에 관광객들을 풀어줬습니다.

    이때만 해도 경찰이 마약 혐의를 악용해서 살해를 저지르진 않았는데요.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이번 한국인 피살 사건이 발생한 배경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6월 말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선 직후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마약 단속 경찰관들에게 즉결처분권을 줬는데요.

    이후 필리핀에서는 범죄는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살인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필리핀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24만 4천여 건으로 전년 대비 12.4 % 줄었는데요.

    살인 사건은 6천 건으로 오히려 51% 늘어 6천 명 이상이 사살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공범인 두 경찰관이 자신들은 "평소처럼 단속을 나가는 줄 알았다"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이에 대해서 "부패한 경찰관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어떻게 악용하는지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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