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이브닝뉴스

[사건속으로] 전동차 불났는데 "기다리라" 세 차례 안내방송

[사건속으로] 전동차 불났는데 "기다리라" 세 차례 안내방송
입력 2017-01-23 17:42 | 수정 2017-01-23 17:47
재생목록
    ◀ 앵커 ▶

    어제 아침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잠실새내역에 진입하던 전동차에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직후 승객들에게 전동차 안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그것도 세 차례 연속 나온 것을 두고 과연 적절한 대응 조치였는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먼저 사고 당시 영상부터 보고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하 승강장엔 흰 연기가 자욱하고, 당황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개찰구로 빠져나옵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승객들도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대피합니다.

    [목격자]
    "연기가 안에서 올라왔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나왔고 '불났다'고, 사이렌도 나고…."

    터널을 지나던 전동차 2번째 칸 아랫부분에서 연기가 나자 기관사가 비상제동을 하면서 전동차는 승강장에 다 진입하지도 못한 채 멈춰 섰습니다.

    이후 기관사가 수동으로 문을 일일이 열기 시작하자, 전동차와 승강장에 있던 100여 명의 시민들이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승객들은 화재 초기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고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증언했습니다.

    [서울메트로]
    "'잠시 기다리라'…왜냐하면 어떻게 된 상황을 모르니까 그걸 파악한다는 뜻이에요. 그러고선 (대피)안내방송 바로 들어간 거죠."

    서울메트로는 전류차단장치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전동차 안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동안 승객들은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전동차를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측은 "매뉴얼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사고발생 5분 내로 승객 대피를 유도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했다"고 반박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던 건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달리는 전동차 바닥에서 불이 난 건 어제 오전 6시 28분이었습니다.

    잠실역을 출발한 전동차가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순간, 전동차의 두 번째 칸 바닥에서 불꽃이 튀며 연기가 나기 시작했는데요.

    기관사는 일단 급제동을 걸었고, 전동차 10칸 가운데 9칸만 승강장에 진입한 상태로 열차는 멈춰 섰습니다.

    이때 기관실에서 내보낸 안내 방송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데요.

    사고 발생 1분 뒤인 오전 6시 29분, 전동차 차장은 "차량 고장으로 비상 정차하여 조치 중에 있으니 코크 및 출입문을 열지 마시고 안전한 차내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은 이후 두 차례 더 반복됐는데요.

    그러다 2분 뒤인 6시 31분, 전동차 바닥에서 불꽃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관사는 "열차에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즉시 출입문을 열고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첫 대피 안내방송을 내보낸 뒤, 전동차 문을 수동으로 열어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했습니다.

    보시면 화재 발생부터 대피 안내까지 걸린 시간은 2~3분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사이에 전동차 안에서는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는데요.

    불이 난 두 번째 칸 근처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은 이미 눈앞에 연기가 자욱한데도 "차 안에서 기다리라"는 방송이 나오자 불안한 마음에 안내방송을 따르지 않고 직접 비상문을 열고 나와 자력으로 탈출을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그래서 대피 안내방송이 나올 때는 앞칸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이미 모두 탈출한 뒤였고, 상황을 알지 못하는 뒤쪽 칸에 탄 승객들만 안내에 따라 대피에 나섰습니다.

    큰불이 난 건 아니지만, 노약자의 경우, 짧은 시간 연기에 노출되더라도 질식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서울메트로 측의 초동대처에 대한 승객들의 비난은 더 컸는데요.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발생 5분 내에 초동조치를 완료했으며, 이는 모두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태호/서울메트로 사장]
    "원칙적으로는 전동차 내에서 대기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 큰 사고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동차 내에서 대기하도록 비상대응조치 안내방송 매뉴얼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전동차 안에서 불꽃과 연기를 직접 목격하신 승객들에게는 1분 1초가 매우 긴박하게 느껴지셨을 것입니다. 해외 지하철에서도 고장상황을 기관사가 인지할 때까지는 전동차 내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서울 지하철 전동차들의 경우 객차가 불연재로 만들어져서 화재로 객차가 연소되지 않는 점도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앵커 ▶

    매뉴얼대로 조치를 해도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실,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여기에 서울메트로의 노후 전동차 관리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어제 화재 사고가 난 전동차는 1990년도에 생산된, 올해로 무려 28년째 운행을 계속해 온 전동차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국정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메트로 전동차 가운데 20년을 넘긴 노후 전동차는 10대 중 6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특히 1호선의 경우, 25년을 넘긴 전동차가 40%를 차지하고 있고, 2호선은 17%, 3호선은 12%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오래된 전동차라도 고장 날 때마다 해당 부품을 갈아 끼우고 다시 연장 운행하는 '땜질식 처방'이 일상화된 탓입니다.

    서울메트로는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전동차 교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2022년까지 예산 8천억 원을 들여 2,3호선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