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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대책 마련 시급

[사건 속으로]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17-01-25 17:42 | 수정 2017-01-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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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데이트 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죠.

    내연녀를 흉기로 위협한 뒤 감금하고 폭행한 남성이 구속됐는데, 현직 교사였습니다.

    이 시간에는 나이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의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현직 교사의 폭력 사건부터 보도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지난 18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이 현관문에 걸린 안전고리를 부수고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경찰이 출동하고, 잠옷을 입은 여성이 맨발로 뛰어나와 경찰관 뒤로 몸을 숨깁니다.

    고등학교 현직 기간제 교사인 31살 김 모 씨가 자신의 내연녀 집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며 얼굴을 마구 때린 뒤 20분 동안 감금한 겁니다.

    [피해 여성]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는 것에 맞아서 코피가 나고 싱크대에서 칼 꺼내는 게 보여가지고 아 여기서 진짜 죽겠구나…."

    피해 여성은 코뼈에 금이 가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김 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헤어지자'고 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 앵커 ▶

    이런 데이트 폭력 사건, 우리 사회에서 대체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최근 경찰청이 통계를 분석해 봤죠?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경찰청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사건들을 집계해 봤는데요.

    매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6천 건이었던 것이 매년 1천 건 이상씩 급증해서 지난해에는 8천3백 건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한 걸로 집계됐습니다.

    데이트 폭력이 '살인'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지난 10년간 발생한 살인 범죄 피해자는 1만 2백여 명인데 이 가운데 연인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은 1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다시 말해, 살인 범죄 피해자 10명 가운데 1명꼴로 연인에 의해 숨진 셈입니다.

    ◀ 앵커 ▶

    유선경 아나운서, 그런데 데이트 폭력 사건들은 이렇게 신고를 해서 통계 집계되는 것, 즉 다시 말해서 신고를 하는 경우보다 사실 은폐해서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데이트 폭력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여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대상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61%가 데이트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 응답자 가운데 두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데이트 폭력 피해를 경험한 거죠.

    유형별로 보면, 애인이 '누구와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거나 '옷차림을 어떻게 하라'는 등 자신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답변이 62%로 가장 많았고요.

    또 언어나 정서, 경제적 폭력 피해가 45%, 신체적 폭력 피해도 18%로 나타났습니다.

    성적 폭력 피해도 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을 때 누구와 상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엔 답변한 628명 가운데 31%만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아직도 데이트 폭력 사건이 많이 은폐되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앵커 ▶

    작년 한 해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은 경찰에 집계된 것만 8천 3백 건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서 매일 평균 22건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다는 얘기인데요.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영상으로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빙초산을 손에 든 한 남성이 휴대전화 매장에 들어서더니 한 여성에게 마구 뿌려댑니다.

    구석으로 몰린 여성이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37살 박 모 씨는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빙초산을 수차례 뿌립니다.

    헤어지자고 한 말에 격분해 동갑내기 여자친구의 직장에 찾아가 빙초산 테러를 저지른 겁니다.

    ==============================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6살 황 모 씨가 여자친구의 손가락을 흉기로 절단했습니다.

    황 씨는 하루 전 6개월간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며 혼인 신고를 하자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선뜻 대답을 하지 않자 자신의 오피스텔에 감금했습니다.

    ==============================

    대구 달서구의 한 분식집입니다.

    승용차가 유리문을 들이받더니 그대로 가게 안으로 돌진합니다.

    운전석에서 내려 둔기를 꺼내 든 남성은 말리던 다른 사람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릅니다.

    ◀ 앵커 ▶

    유선경 아나운서, 경찰이 지난해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해서 '집중 신고기간'도 운영하지 않았습니까?

    데이트 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경찰은 전국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는데요.

    ◀ 앵커 ▶

    그런데 최근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도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거죠?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이달 초에 발생한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 9일, 서울 논현동 주택가에서 35살 이 모 씨가 연인 관계였던 33살 강 모 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강 씨는 이 씨를 주차장으로 불러낸 뒤, 무참하게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당시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이 씨는 나흘 만에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논란이 발생한 건, 이후 이 씨가 사건 당일 경찰에 강 씨를 신고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당시 이 씨는 강 씨를 '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 씨를 연행했지만, 무단침입 때문이 아니고 벌금이 미납된 것이 있어서 연행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벌금을 다 납부하자 두 사람이 동거인으로 등본에 올라있다며, 경고 조치 후 강 씨를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강 씨는 경찰서에서 풀려난 지 두 시간 만에 다시 이 씨 집을 찾아왔고 결국 사건이 발생했던 겁니다.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 리포트 ▶

    [고미경/한국여성의 전화 대표]
    Q. 이번 사건 어떻게 보셨는지?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동거인이라고 한다면 긴급 임시 조치권 등을 발동해 가해자를 분리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데이트 폭력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이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인권보장, 그리고 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예방교육, 캠페인이 이뤄질 때 데이트 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 앵커 ▶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봤을 때, '데이트 폭력'은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더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법이 발의됐지만 끝내 법안 통과는 무산됐는데요.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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