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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보증금 올려 회수? 천덕꾸러기 된 빈 병

[집중취재] 보증금 올려 회수? 천덕꾸러기 된 빈 병
입력 2017-01-10 20:32 | 수정 2017-0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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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빈병 재활용을 늘리자고 보증금을 올리자 편의점들이 소줏값 인상을 핑계로 삼는다는 소식을 어제 전해 드렸는데요.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빈병을 다시 쓰면 자원도 아끼고 좋을 텐데 실적은 어떨까요.

    유럽에서는 빈 병 1병을 보통 20-30번, 독일에서는 40번 정도 다시 씁니다.

    우리는 8번에 그칩니다.

    5분의 1 수준이죠.

    깨지고 더러워져서 천덕꾸러기로 내몰리는 빈 병들이 많아서 그런데요.

    특히 가정에서 나온 병들이 그렇습니다.

    임경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소주병과 맥주병들 사이로 깨진 병 조각에 양념이 묻은 잡병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빈 병을 모아 분류하는 수집업체의 작업대입니다.

    이 정도면 나은 편입니다.

    가져오기 전에 이미 깨진 병, 담배꽁초가 가득한 술병에 남은 참기름이 새어나오는 병까지.

    재활용은커녕 다른 병까지 못쓰게 만드는 병도 적지 않게 나옵니다.

    업소용 빈 병은 주류 도매업체가 업소에서 직접 바로 수거해 거의 그대로 재활용이 되는 반면, 가정용 빈 병은 분리수거를 거치다 보니 그 과정에서 10% 넘게 파손되고, 분류나 재활용도 쉽지가 않습니다.

    [김재웅/한국공병자원순환협회 회장]
    "(그나마) 선별작업이 안 된다면 아마 쓰레기 버리는 쪽으로 많이 유입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빈 병은 천덕꾸러기입니다.

    가정용 빈 병 10병 중 6병 이상이 분리수거를 통해 배출되는데 보증금 받자고 집에 병을 챙겨두기가 어려운 데다.

    [고기성]
    "100원짜리 병이 생겨도 막상 보관하기가 쉽지가 않으니까…."

    기껏 가져가도 보증금을 못 받거나 제값을 못 받는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빈병 수집인]
    "60개 가져갔는데 1천800원밖에 안 쳐줘요. 30원밖에 안 줘요."

    동네 슈퍼마켓 역시 빈 병은 받자니 남는 게 없고 안 받자니 과태료를 물 수도 있는 골칫거리입니다.

    [슈퍼마켓 주인]
    "병값을 안 붙여서 팔거든요, 동네는. 경쟁이 붙어서… 마트에서 다 사다 먹고 동네로 병값 팔러 오니까 이거 환장하는 거예요."

    정부가 가정용 빈 병 회수를 늘리겠다며 빈 병 보증금은 빈 용기 재사용률이 95%인 독일 수준으로 대폭 올렸지만 빈 병을 모을 무인 수거기는 지금 있는 66대에 이달 설치될 30여 대를 합쳐도 독일의 0.3%도 안 됩니다.

    소비자들이 소주나 맥주를 살 때 내고 돌려받지 않은 빈 병 보증금이 작년에만 100억 원 정도.

    이대로라면 재활용되는 빈 병 대신 주인 없는 보증금만 늘어날 상황입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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