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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밤늦게까지 불켜진 사무실, '과로사회' 한국

[앵커의 눈] 밤늦게까지 불켜진 사무실, '과로사회' 한국
입력 2017-01-11 20:38 | 수정 2017-01-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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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의 야경, 참 아름답죠.

    그런데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만큼,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 세계에 지점을 갖고 있는 유명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우리나라에선 몇 시쯤 문을 닫을까요?

    서울의 경우 평균 폐점이 밤 10시 33분이었습니다.

    ◀ 앵커 ▶

    프랑스 파리는 평균 저녁 8시 33분, 독일 베를린은 9시 8분, 영국 런던은 9시 25분에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가 많게는 2시간 더 늦었습니다.

    사무실이 밀집한 광화문의 밤 풍경부터 보실까요?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해가 완전히 진 고층 빌딩 숲.

    환하게 불을 켠 사무실이 즐비합니다.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전문점을 찾는 직장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습니다.

    [김윤희/직장인]
    "업무시간이 좀 길고 졸면 안 되니까 잠을 깨려고요."

    직장인 1천600여 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평균 일주일에 사나흘 야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세영]
    "정시퇴근하면 자기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 앵커 ▶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입니다.

    34개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347시간이 많으니까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43일 더 일하는 셈입니다.

    ◀ 앵커 ▶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그야말로 '과로 사회'라고 할 만한데요.

    지난 한 해 5명이 돌연사한 집배원의 현실을 나세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추위가 매섭던 지난해 마지막 날.

    경기도 가평의 한 빌라 3층에서 40대 집배원 김 모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좁은 복도에 택배 물품이 떨어져 있었고, 배달 오토바이는 시동이 걸린 채였습니다.

    [송 모 씨/목격자]
    "올라오니까 아저씨가 쓰러져 있어, 이렇게. 손을 딱 만지니까 손이 차가워요. 돌아가셨나 보다…"

    집배원 김 씨의 지난달 출퇴근 명세표입니다.

    평균 오전 6시 28분에 출근해 오후 6시 11분에 퇴근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하루 12시간에 육박합니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사망 원인을 과로로 보고 있습니다.

    [용환철/동료 집배원]
    "근래 들어서 좀 피곤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건강검진도 받아봤지만 거기에서도 이상이 없었고…"

    우편물 수송차가 물건을 쏟아내면 집배원들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김일호/구리 우체국]
    "요즘 택배도 많고 신도시가 많이 생겨서 일이 많거든요."

    집배원 한 명이 맡는 우편물만 하루 1천300여 개.

    물건을 싣고 오토바이 균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송병길/집배원]
    "솔직히 말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하루 종일 굶을 때도 있어요."

    하루 안에 모두 배달하려면 뛰고 또 뛰어야 합니다.

    물건을 전달하고, 승강기를 기다릴 짬이 없이 다시 계단을 달리면서 전화 통화를 합니다.

    [서완석/집배원]
    "물량이 많은 날은 한 8시에 끝날 때도 있고, 7시에 끝날 때도 있고. 그때그때 다릅니다."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888시간.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621시간 더 깁니다.

    ◀ 앵커 ▶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면 심근경색 위험이 2.9배 증가하고요.

    일주일에 5시간 이상 초과 근무하면 5년 이내 사망할 가능성이 2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로사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충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낸 채 모 씨.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갑자기 숨졌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계약을 책임지면서 4개월 넘게 새벽 출근, 밤늦은 퇴근을 반복했던 터였습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과로가 원인이었습니다.

    [채 모 씨/유가족]
    "건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그렇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과로로 병을 얻어 숨지는 사람은 한 해 293명으로, 업무상 질병 사망자의 34%에 달합니다.

    발병 직전 석 달 평균 주 60시간 이상 근무가 과로 판정의 기준인데,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52시간보다 깁니다.

    그런데도 10건 가운데 8건이 거부당합니다.

    [한창현/근로복지공단 판정위원(노무사)]
    "사무직이나 연구직, 판매직, 영업직 이런 분들은 다 출퇴근 시간(기록)이 없는 회사가 너무 많거든요."

    ◀ 앵커 ▶

    주 4.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이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

    월요일은 오후 출근, 생일이나 가족 행사가 있을 땐 출퇴근 시간이 조정됩니다.

    이 중소 화장품 제조업체는 4년 전 주 4일제로 전환했는데,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업종·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이젠 업무 효율과 근로 시간, 그리고 삶의 질을 따져볼 때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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