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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불황형 재밋거리, 골목마다 '뽑기방' 우후죽순

[앵커의 눈] 불황형 재밋거리, 골목마다 '뽑기방' 우후죽순
입력 2017-01-18 20:36 | 수정 2017-01-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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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기계 안에 가득 채워진 인형들.

    쉽게 잡힐 것 같은데, 해본 분들 아시겠지만 잘 안되죠.

    ◀ 앵커 ▶

    이 뽑기 기계를 수십 대 들여놓고 영업하는 이른바 '뽑기방'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선 현장부터 보실까요?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돈을 넣고 스틱을 조정합니다.

    인형을 잡아 올린 세 발 집게가 아슬아슬 목표 지점까지 이동합니다.

    "무조건 돼, 무조건! 와!"

    1천 원을 넣으면 두 번 기회가 주어지는데,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습니다.

    하지만 잡힐 듯 애를 태우는 손맛에 2,3만 원씩 쓰기도 합니다.

    [김형기]
    "금방 뽑힐 것 같은데 왜 안 뽑히지 하다가 '이거 하나는 뽑아야겠다', 그래서 3만 원 정도도 써본 것 같거든요."

    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작은 캡슐이 나오는 이른바 '가챠' 게임.

    '찰칵'이라는 일본 의성어에서 따온 말인데, 캡슐 안에는 작은 인형 모형이나 장난감이 담겨있습니다.

    [김유진]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냥 동전 조금만 넣어서 바로 이렇게 뽑을 수도 있고, 만족감도 큰 편이에요."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가나 학원가 골목엔 이런 뽑기방들이 성업 중입니다.

    지난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전국의 뽑기방은 지난해 여름 이후 급속도로 늘어 1년 새 24배나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뽑기방을 열겠다며 빈 점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어요. 옛날에 여관 했던 곳이 3층을 다 완전히 뜯어고쳐서 뽑기방을 한다 그러더라고요."

    ◀ 앵커 ▶

    '탕진잼'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몇천 원, 몇만 원 이런 크지 않은 돈을 소소한 곳에 아낌없이 쓰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의미인데요.

    돈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뽑기방에서 자신을 위로한다는 겁니다.

    [백도진-전소연]
    "자꾸 취미생활로 핸드폰만 하게 되고 할 것도 없는데 작은 비용으로 이렇게 인형도 뽑고 재미도 있고…"

    치열한 입시, 취업 전쟁을 치르며 겪는 좌절감도 뽑기방을 찾는 요인입니다.

    [곽금주/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노력해서가 아니고 운에 의해 뭔가 행운이 주어지는 것을 막연히 기대하는 심리가 바로 이 청년들의 불안한 상태를 반영했다…"

    ◀ 앵커 ▶

    일본도 거품 경제가 꺼진 90년대 뽑기방이 대대적으로 유행했습니다.

    한동안 스마트폰 게임의 등장으로 인기가 주춤했다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데요.

    도쿄 이동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 리포트 ▶

    도쿄 신주쿠역 앞 게임센터.

    갖가지 캐릭터의 인형이 가득 담긴 기계가 즐비합니다.

    한 번에 100엔, 1천 원 정도면 인형을 뽑을 수 있는데 밤 10시까지는 부모를 동반한 초등학생들도 드나들 수 있습니다.

    [게임센터 직원]
    "가족이나 여성들이 들어오기 쉽게 하기 위해서 1층 전체를 밝게 바꿨습니다."

    몇천 원짜리 인형뿐 아니라 아이들용 과자, 루비 같은 천연석 찾기 등 독특한 경품도 눈에 띕니다.

    사이타마현 게임센터에선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사막에 떨어진 6킬로그램짜리 운석을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학교 앞 문구점이나 슈퍼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챠 뽑기는 최근 나리타 공항에도 진출했습니다.

    스타워즈, 포켓몬 등 다양한 캐릭터가 담긴 가챠 기계 171대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타이완 관광객]
    "공항에 이런 것이 있다니… 와우, 신나네요."

    ◀ 앵커 ▶

    잠깐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면 좋은데, 지나치면 중독이나 사행성 우려가 나오게 되죠.

    또 이렇게 우후죽순 늘다 보니 관리 문제도 있습니다.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집게발 안에 들어온 인형이 툭 떨어지기도 하고, 목표 지점을 향해 잘 가다 집게발 힘이 풀리기도 합니다.

    [이연서]
    "이렇게 들었다가 그냥 놓을 때도 있으니까, 조금 조작하는 것 같은 느낌…"

    뽑기 기계를 파는 한 업체에 창업을 하겠다며 접근해봤더니 그 이유를 들려줍니다.

    [뽑기기계 판매업자]
    "너무 안 뽑히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저희는 어떻게 하냐면요. 설정값을 연구해 놓은 게 있어요. 18번에 한 번 정도 뽑히게끔 맞춰놨고요."

    기계 안에 들어 있는 인형 단가도 문제입니다.

    뽑기의 경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법으로 소비자가 기준 5천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3만 원짜리 인기 캐릭터 인형을 가져다 놔야 고객들이 몰린다는 겁니다.

    청소년 출입 제한도 느슨합니다.

    밤 10시 이후엔 출입이 금지돼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아직 자유롭습니다.

    [임정민/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교육과장]
    "어린 시절 돈내기 게임을 많이 했던 아이들은 새로운 더 큰 자극을 원합니다. 더 큰 자극을 위해서 새로운 불법 도박이라든가…"

    ◀ 앵커 ▶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로또 판매점이 늘어난 게 원인이기도 하지만, 힘들수록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겁니다.

    로또, 뽑기방.

    경기 불황 속 팍팍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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