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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스마트폰으로 차리는 간편한 차례상

[앵커의 눈] 스마트폰으로 차리는 간편한 차례상
입력 2017-01-23 20:35 | 수정 2017-01-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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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나흘 뒤면 설 연휴가 시작되죠.

    오랜만에 가족들 모이고 좋긴 한데, 주부들은 차례상 걱정이 먼저 되실 겁니다.

    주말 이용해 장 보신 가정도 꽤 있으실 테고요.

    ◀ 앵커 ▶

    그런데 요즘은 이런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서 차례상을 대신 준비해주는 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차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는데요.

    대목 맞은 차례상 대행업체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노릇노릇 전이 익어가고, 갓 찐 떡과 닭에선 하얀 김이 올라옵니다.

    고기도 나물도 풍성합니다.

    설 대목을 맞은 차례 음식 업체.

    평소보다 주문량이 네댓 배 폭증하면서 주말까지 반납한 채 요리가 한창입니다.

    한 상 가득 올라간 20여 가지 음식들.

    영남 차례상엔 북어 대신 무나물, 콩나물과 돔배기 고기가 올라가고, 호남지역 상엔 병어나 홍어가 들어갑니다.

    대가족용 차례상이 30만 원 선인데, 작은 상차림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성수/제사-차례음식 대행업체 대표]
    "아무래도 좀 가족이 핵가족이다 보니까, 좀 작은 상을 선호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가지런히 자른 버섯과 야채, 일일이 따로 진공 포장합니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전, 육수와 당면도 별도 포장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설 음식인데, 바로 조리가 가능하도록 모든 식재료를 준비해줍니다.

    [김세영/간편식품 배송업체 대표]
    "장 보고 음식 준비하는 시간들이 많이 없는데, 요리를 하는 시간을 많이 줄이실 수 있으셔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배달된 떡국과 갈비탕, 각종 나물.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설날 아침 받을 수도 있습니다.

    떡국은 2인분, 전은 200그램.

    가족이 적거나 혼자 명절을 보내도 음식 남길 걱정이 없습니다.

    [이진호/간편식품 배송업체 이사]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었는데, 최근 중장년 부부들의 주문이 눈에 띄게 많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차례상 차릴 때면 어디에 어떤 음식을 놔야 할지 굉장히 신경 쓰시죠.

    색상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음식마다 자리가 고정돼 있다는데요.

    우리 전통 예법이 정말 그럴까요?

    유교 전통을 계승한다는 성균관, 또 음식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퇴계 이황 선생 종갓집의 설 차례 모습.

    상에 과일과 포, 경북 안동 지역 고유의 차례 음식인 문어가 전부입니다.

    많게는 스무 종류 넘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올려야 한다고 여기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명절에 지내는 것은 우리가 제사라고 얘기하지 않고 차례라고 얘기합니다. 시절 음식, 설 같은 경우는 떡국을 준비해서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음식 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놔야 한다는 '조율이시'와 상관없이 뒤죽박죽입니다.

    '좌포우혜' 과일 뒷줄 왼편에 놓는다는 포는 과일 가운데 자리했습니다.

    또 다른 종갓집의 차례상도 조율이시 순서를 전혀 따르지 않았습니다.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음식 배치 순서들은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황교익/음식칼럼리스트]
    "중국 땅에서는 각 지역마다 나오는 물품 목록이 다 다르지 않겠어요? 밤, 배 뭐 이런 규칙을 정한다는 게 굉장히 어색하죠."

    실제 유교 예서에도 어느 과일을 어디에 놓는다는 표현은 전혀 없습니다.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그때 나오는 음식을 사용해서 올린다, 문헌으로 본다고 하면 정말 간단한 것이 맞는데…"

    그렇다면 근거 없는 원칙들은 언제 생겨나 전통처럼 자리 잡은 걸까.

    [황교익/음식칼럼리스트]
    "조선후기 되면 양반이 한 70% 돼요. 제사·차례를 어떻게 지낼지를 몰라, 남의 집에 가서 이렇게 보고 모형 하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박광영/성균관 의례부장]
    "100년 정도, 사람들이 그냥 편안하게 관습적으로 사용했던 그런 부분인데,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 부분은 좀 더 한번 신중해야지…"

    ◀ 앵커 ▶

    차례 때 올리는 술은 어떨까요?

    양은 주전자에 담긴 탁한 술, 막걸리를 조상께 올리는 모습입니다.

    옛날 가정집은 모두 탁주를 만들어 마셨고, 자연히 차례와 제사 때도 탁주를 썼습니다.

    그런데 일제시대에 일본 술이 들어오고 해방 뒤엔 쌀이 부족해 막걸리 제조가 금지되면서, 일본의 술 상표인 정종이 차례주의 대명사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최근 들어 우리 전통 술을 차례상에 올리는 집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전통 예법에 근거가 없다고 해서 그간 지켜오던 상차림을 뒤엎고 음식 준비를 멈출 일은 아니죠.

    다만 격식 갖추느라 지나치게 부담이 컸다면 그럴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형식보다는 정성과 마음이 중요하고, 가족들이 함께 음식을 먹고 정을 나누는 데 더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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