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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명절도 잊은 노량진 고시촌, 절박한 공시생들

[집중취재] 명절도 잊은 노량진 고시촌, 절박한 공시생들
입력 2017-01-25 20:27 | 수정 2017-01-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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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침 자꾸 해서 죄송합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요즘 노량진 고시촌이 이렇습니다. 살얼음이죠.

    일명 '지옥반'에서 하루를 보내고 교회 공짜밥으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하는데요.

    올해 좀 더 뽑는다는 소식에 명절도 잊은 채 수험서에 파묻힌 공시생들의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조윤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최강한파가 몰아친 새벽.

    학원생들이 앞다퉈 건물로 들어갑니다.

    거의 매일 벌어지는 노량진 학원가의 '자리 전쟁'.

    [노주혁/경찰공무원 준비생]
    "7시 넘으면 앞에 자리가 없어요. 모니터를 보면 그럴 거면 인강 듣지 뭐하러 여기 와서… (공부하겠어요.)"

    강의실 앞엔 이미 줄이 깁니다.

    서서도 눈은 노트에서 떼지 않습니다.

    [이준화/9급 공무원 준비생]
    "좌석 예약하는 게 있어서 다들 빨리 오는 거예요, 앞자리 다투려고. 간절한 사람들이 아무래도 앞쪽에 앉지 않나 싶어요."

    일명 '지옥반' 생활은 고3보다 치열합니다.

    매일 아침 8시 모의시험에 종일 수업과 자습.

    벌점이 쌓이거나 진단서 없이 결석하면 퇴출됩니다.

    독서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휴식은 100분에 한 번, 생리현상도 시험 시간에 맞춰야 합니다.

    [윤준철/소방공무원 준비생]
    "배 아파서 잠깐 나왔는데 지금 통제시간이다 보니까 다시 못 들어가서…"

    붙어야 끝나는 공시생 생활, 얼마나 덜 쓰고 버티느냐도 관건입니다.

    방값에 학원비, 교재비까지 월 100만 원은 들다 보니 공짜밥 주는 교회는 새벽마다 붐빕니다.

    [김원준/경찰공무원 준비생]
    "아침에 밥 먹고 학원 가면 공부도 잘되고 무료로 해주시니까… 최대한 아껴야지…"

    사정이 낫다 해도 3천 원짜리 컵밥이나, 식권을 사서 먹는 고시식당에서 해결합니다.

    [소희연/9급 공무원 준비생]
    "식비가 좀 많이 나가니까 여기를 안 오면 지출이 크더라고요."

    모두가 경쟁자인 노량진에선 밥도 잠도 공부도 다 혼자.

    부담을 떨치려 자신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박 모 씨/교사임용시험 준비생]
    "(다른 학생은)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자면서 한대요. 계속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거예요. 그 사람들 하는 만큼 제가 못했을 때 많이 스트레스를 받죠."

    올해 국가직 공무원 채용 예정 인원은 1981년 이후 최대인 6천여 명.

    응시자도 최대일 걸로 보여 여전한 바늘구멍입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뚫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교생도 장수생도 노량진으로 모여듭니다.

    [경동현/고등학교 3학년]
    "대학생활에 대해서 아쉬움 같은 것도 있는데요. (공무원은) 차별도 안 받고 안정적이니까…"

    [남희성(36살)]
    "스펙이라든지 그런 것도 갖춘 게 전 상대적으로 더 없다 보니까…"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할 9급 공무원 시험까지 앞으로 80여 일.

    실업자 100만 시대의 노량진에는 어느 때보다 절박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정대교/9급 공무원 준비생]
    "취업도 못하고 이렇게 있는 게 너무 눈치 보여서… 자기 위로하면서 그냥 난 수험생이니까…"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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