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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도크 폐쇄 코앞, 실직절벽에 취업절벽까지

[앵커의 눈] 도크 폐쇄 코앞, 실직절벽에 취업절벽까지
입력 2017-02-07 20:39 | 수정 2017-02-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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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북의 대표적 기업도시 군산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이 거대한 크레인의 시한부 생명은 넉 달.

    자신이 누비던 조선소 도크가 일감이 없어 가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잡고 올라갈 밧줄이 필요하다", "피눈물을 흘린다", 절절합니다.

    취업 한파에다 구조조정 한파까지 곳곳이 매섭습니다.

    먼저 벼랑 끝에 놓인 한국조선업의 축소판 군산을 임경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군산의 상징과 같은 130만 톤 도크에서 원유 운반선과 LPG선 건조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배 네 척이 마지막입니다.

    이마저 사라지는 6월이면 세계 최대 규모 골리앗 크레인과 함께 지역 경제를 살릴 희망으로 등장한 지 9년 만에 이 도크는 가동을 멈추게 됩니다.

    실직은 작년부터 시작됐습니다.

    30여 개 사내 협력업체에서 이미 500명, 올 들어 5곳이 문을 닫아 또 700명 이상을 내보냈습니다.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울산 본청으로 가든가 아니면 거제도로 가든가. (본사에서 일을) 딱 커트 시켜버리면 완전히 문 닫는다고 봐야죠"

    20여 일분 일감만이 남은 1차 협력업체를 가 봤습니다.

    절단기 소리와 용접 소음에 바로 옆 사람 목소리도 안 들리던 게 한 달 전.

    1백여 명이 모여 선체 조립 작업을 하던 이곳 공장 역시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작업이 한 단계씩 끝날 때마다 직원이 떠나 남은 건 10분의 1, 70여 명이 전부입니다.

    [2차 협력업체 대표]
    "작년 12월 말 그리고 1월 31일 부로 전 직원을 다 퇴사시키고 다들 흩어졌거든요. (마지막 일) 끝나면 저희 또한 제2의 고향인 군산을 떠나야…."

    인구 28만 명 군산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조선소가 흔들리면서 주민들도 막막해졌습니다.

    조선소 인근의 원룸 밀집 지역.

    5백 개 넘는 건물들은 인기척이 없어 거대한 세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월세를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은 빚 부담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전의남 회장/오식도 원룸협의회]
    "공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은행 대출 이자도 못 넣죠. 자기가 벌었던 재산마저 다 날리게 생긴 것이죠."

    점심때 빈자리 찾기 어렵던 식당들은, 이제 문 연 곳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기주/건물주]
    "사람 많을 때는 여기 사람이 바글바글하니까 장사 잘 됐죠, 여기가. 방 빌 새가 없었으니까 그 당시는."

    군산에 들어선 이래 매년 열두 척 넘는 배를 건조해 왔던 조선소.

    덕분에 20~30대 직원들까지 몰려나와 호황을 누렸던 중심지는 경기가 푹 꺼져버렸습니다.

    2년 만에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게 주민들 얘깁니다.

    [군산시민]
    "식당을 했었는데 저도 폐업한 상태예요. (지금은) 현장 막일 뛰고 있어요. 어쩔 수 없죠 뭐. (이렇게 될지) 상상도 못 했죠."

    곳곳에 조선소 존치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집회도 잇따르고 있지만 작년 목표 수주량의 20%밖에 못 채운 현대중공업은 전국 도크 11기 중 절반을 놀려야 할 판이고 자금줄을 쥔 채권단은 더 센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바닥난 일감에 문을 닫는 도크,

    사실상 시한부 실업 선고를 받은 사람이 군산에만 5천여 명이고, 올 상반기 전체 조선업에서 2만 8천 명 정도가 실직할 거라는 전망이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 앵커 ▶

    일자리를 잃고 지원센터를 찾는 군산 지역의 실직자들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월급 300~400만 원에 근무한 지는 3년에서 5년, 30~40대, 한창 일할 나이죠.

    이럴 경우에 보통 실업급여 130만 원 정도를 다섯 달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마저도 못 받는 사람들은 소득이 딱 끊기는 실직절벽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안전망 없는 실업, 조윤정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량실직 우려가 커지면서 반년 전 문을 연 조선업일자리지원센터.

    생계안정부터 재취업까지 원스톱으로 돕겠다지만 대부분 숙련공이었던 실직자들의 발길은 뜸합니다.

    [일자리 지원센터 관계자]
    "조선업에서만 20,30년 되셨던 분들이 아파트 관리하시는 (취업 상담한다)/ 임금 단가 맞춰서 (취업하려고) 타지역으로 팀을 짜서 움직이고 다니세요."

    일자리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안 될 경우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은 실업급여.

    하지만, 구직기간을 버티기엔 역부족입니다.

    나이와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평균임금의 절반을 8개월까지 받을 수 있는데, 하루 4만 6천 원, 월 최대 140만 원 정도가 한도입니다.

    [이 모 씨/ 실업급여 신청자]
    "생활은 아예 안 돼요. (기존) 월급하고 차이도 많이 나고. 바로 취업이 되면 가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가 않아서…."

    작업현장을 돌아다니며 이른바 물량팀으로 불리는 비정규 직원들은 실업급여 대상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 산하연구소 관계자]
    "몇 개를 제작해 달라는 형식으로 물량 계약을 하는 거예요. 몇 명의 인력을 투입하든 작업장 내에서 작업을 하지만 파악을 안 하는 거죠."

    독일과 핀란드는 실업급여를 2년, 프랑스는 50살 이상이면 3년까지 지급합니다.

    금액도 소득 대체가 어느 정도가 가능해 최소한의 실업 안전망을 보장합니다.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현재의 상태가 실업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고 하는 점은 분명하죠.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끝나고 나면 다른 보호제도가 완전히 없는 상황이죠"

    쥐꼬리 실업급여에 일감이 끊기면 소득도 끊기는 거나 다름없는 실직 절벽.

    하지만 실업급여 금액과 지급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국회에 2년째 계류돼 있을 뿐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는 실정입니다.

    ◀ 앵커 ▶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청년 일자리 문제도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4년제 대학에 들어간 입학생이 이렇게 2012년 전후로 부쩍 많았는데요.

    이들이 올해부터 졸업할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기업들은 취업문을 좁히고 있는데 대학문을 나선 졸업생들은 크게 늘고 있어서 취업 경쟁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준범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만점 가까운 토익점수에 빠지지 않는 학점.

    벤처기업에서의 6개월 인턴 경험과 공기업의 대학생 봉사단 활동.

    유명 사립대 4학년, 김 모 씨의 이력서입니다.

    이런데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것 같아 원래 이달 말 예정이었던 졸업을 미뤘습니다.

    [김 모 씨]
    "(지원서를) 1백 개에서 1백50개 정도 쓰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야 한 10곳 정도 서류에 붙고, 4개 정도 면접에 돼서 가는 거죠."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자는 33만 4,6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규모는 2만 9천8백여 명.

    작년보다 9% 가까이 줄어, 졸업 예정자의 11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박수형/대학교 4학년]
    "나중에라도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준비할 만큼은 다 해놓은 상태인데, 상황이 어려우니까 안 된다는 것이 (힘들죠.)"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한 회사는 10대 그룹 가운데는 절반도 안 되고, 대기업 전체로도 67%뿐.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 34%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채용 여력이 줄어든 데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 총수가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정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돼 투자나 고용 같은 주요 결정이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신입 공채보다는 수시 경력 채용 쪽으로 고용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도 청년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임경현/인크루트 본부장]
    "(신입) 채용을 해서 가르쳐서 현장에 투입하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그것 역시 사실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죠.)"

    ◀ 앵커 ▶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

    역대 최악입니다.

    청년 실업률만 놓고 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합니다.

    올해도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취업 한파에다가 구조조정 한파까지.

    2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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