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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구제역에 시름 깊은 농가, '물백신' 논란

[앵커의 눈] 구제역에 시름 깊은 농가, '물백신' 논란
입력 2017-02-08 20:20 | 수정 2017-02-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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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충북, 전북에 이어 오늘 경기도 연천 젖소 사육농가에서 구제역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올해 수도권 첫 사례로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앵커 ▶

    기온이 낮을수록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좋아지고, 생존기간도 길어지는데 내일부터 한파까지 예고돼 더 걱정입니다.

    한범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정읍의 농가에서 10Km가량 떨어진 마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출입이 통제되고, 가축도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박윤수/축산 농민]
    "바닥에 까는 석회 그런 것도 빨리 공급해 줬으면 좋겠고…."

    마을에는 수의사가 투입돼 소 수십 마리에 백신을 놓고 있습니다.

    [이기봉/공중 방역 수의사]
    "긴급 접종 두수가 2천300두 정도 되는데 현재 1천500두 정도를 완료했고요."

    방역 당국은 백신을 다 놓으면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데다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돼 축산농가들의 불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의 거리가 100km가 넘어, 이미 전국에 확산됐을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은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연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수도권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덮치면서 전국에서 예정됐던 정월대보름 축제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농가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 앵커 ▶

    구제역이 더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전국 소 314만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일제 접종에 나섰습니다.

    이미 2010년부터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돼있는데, 다시 접종에 나선 이유, 정부 발표와 달리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농가의 부실 접종을 한 요인으로 꼽자 농가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심충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구제역 백신 주사 앞에 600kg의 거구들은 축사를 부술 기세입니다.

    쇠뿔에 밧줄을 걸었더니 정작 끌려가는 건 사람입니다.

    "이리 와, 아이고"

    겨우 잡아놓아도 버둥거리기 일쑤.

    목덜미에 주삿바늘 넣기도 쉽지 않습니다.

    접종 도중에 달아나 무리에 뒤섞이면 그때부터는 술래잡기입니다.

    이렇다 보니, 기력이 약한 고령의 농민들은 자식 같은 가축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용석/축산 농민]
    "내가 이것을 하다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5년 전에는, 접종을 하던 전문 방역사가 쇠뿔에 받혀 숨지기도 했습니다.

    구제역 백신은 냉장 상태로 보관하다 접종할 때 18도 정도로 온도를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백신 관리가 농가마다 제각각이어서 접종의 효과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영섭]
    "접종을 하는 데 인력(일자리)이 창출되고 현장에서 정확하게 백신을 놓아서 항체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왜 방역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에 농가들은 "차라리 누가 좀 도와달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번 일제 백신 접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 1마리당 1천 7백 원씩, 모두 53억 4천만 원입니다.

    백신을 맞는다고 바로 항체가 형성되는 게 아니고, 1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 효과가 확실해야 할 텐데요.

    이른바 '물 백신' 논란, 무엇이 문제였는지 전준홍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농가 인근 다른 농가들의 항체 형성률을 조사했더니 반경 500미터에서는 54%, 3Km에서는 73%로 안전 기준치로 보는 80%를 모두 밑돌았습니다.

    항체가 있다는 건 일단 접종은 했다는 건데 보관이나 주사법이 잘못돼 항체가 미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냉장상태의 백신은 상온에 30분 정도 뒀다가 접종해야 효력이 잘 나타납니다.

    그대로 접종할 경우 효과가 떨어지는 건 물론 쇼크까지 올 수 있습니다.

    주삿바늘도 소나 돼지의 목 근육에 정확히 꽂아야 체내 흡수가 잘 되는데, 현행 규정상 50마리 이상 농가는 자체적으로 접종을 하다 보니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채찬희/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전문 수의사들이 접종하지 않다 보면 잘못 접종할 수도 있거든요. 한마리 한마리 정확하게 백신을 접종하는 게(중요합니다.)"

    또, 충북 보은의 한 농가에서는 항체형성률이 0%로 확인돼, 부작용을 우려해 일부러 백신 접종을 피하는 농민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젖소 사육 농가]
    "(우유량이) 하루에 150킬로그램까지도 많이 떨어질 때는 떨어져요. 백신 놓으면 (젖소가) 여름에 스트레스를 더 받더라고요. 겨울보다."

    ◀ 앵커 ▶

    구제역 발생으로 한우 수출도 걱정입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동물보건기구가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소고기 수출이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

    이 세 나라와만 별도 검역 조건을 체결해 수출하고 있는데, 구제역 발생 지역의 소고기는 제외됩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세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홍콩으로 연간 30억 원 정도의 물량을 수출하는 한우 가공 업체입니다.

    아직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강원 경남 지역 한우를 쓰고 있어 괜찮지만, 구제역이 다른 지역까지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조규용/한우가공업체 임원]
    "지금 저희 회사는 구제역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없습니다만,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심히 불안하고 걱정스런 상황입니다."

    지난해 연간 한우 수출액은 317만 달러.

    연간 수입액 22억 7천만 달러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그조차도 난관에 봉착한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우는 위기입니다.

    청탁금지법 시행된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한우는 소비가 30% 정도 급감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국내산 쇠고기 점유율은 지난해 37.7%, 특히 한우는 32.5%에 그쳐 13년 만에 40%대 점유율까지 무너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구제역으로 한우 공급이 줄고 소비자 불안으로 소비가 더 감소할 경우 한우농가, 가공업체, 유통업체까지 업계 전체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황엽/전국한우협회 전무]
    "한우 소비가 줄어서 한우 농가들은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김영란법' 피해에 구제역까지 겹쳐서 정말 농가들은 암담한 실정입니다."

    ◀ 앵커 ▶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구제역 상황을 가정한 대대적인 방역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요.

    방역 인력도 우리 2배입니다.

    대만은 백신을 맞은 가축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합니다.

    우리도 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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