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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높게 더 높게, 아파트 '초고층 전쟁'

[앵커의 눈] 높게 더 높게, 아파트 '초고층 전쟁'
입력 2017-02-17 20:39 | 수정 2017-02-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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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 중 블루칩으로 꼽히는 세 곳인데요. (잠실 주공 5단지, 대치 은마,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몇 층으로 지을지를 두고 요즘 시끌시끌합니다.

    ◀ 앵커 ▶

    서울의 경우 주거지역은 35층까지만 허용이 되는데 50층, 49층, 45층 이렇게 높게 짓겠다는 겁니다.

    서유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강변에 자리한 잠실 주공5단지.

    서울시가 최근 조건부로 50층 건축을 허용하자 호가가 뛰고 있습니다.

    [박준/공인중개사]
    "34평(112제곱미터)은 14억 1~2천만 원이던 것들이 현재는 14억 5천에서 15억까지…"

    단지 일부가 옆에 있는 롯데월드 타워 등 업무, 상업지구와 연계해 개발이 가능한 광역 중심지여서 사무실이나 문화시설 등을 넣으면 몇 개 동은 50층까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면 단지 전체가 주거지인 대치동 은마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35층 규제에 묶이면서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싼 게 나왔었어요. 계속 안 팔리니까… 그런 급매들이 몇 개 팔리고 그 뒤로는 안 팔려요."

    4년 전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은 최고층수를 25층,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으로 제한하는 도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초고층 건물이 난립해 일조권과 조망권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이미 높이 제한을 받아 지어진 단지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이유입니다.

    [최진석/서울시 도시계획과장]
    "높이관리 원칙이 허물어지고 무너지게 된다면 우후죽순식 초고층 주거 아파트가 들어서서 서울의 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일괄적인 규제가 오히려 도시 경관을 망친다고 주장합니다.

    [윤광언/올바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
    "성냥갑같이 또 병풍같이, 오히려 동 간격이 넓어지질 않고, 가서 보면 답답한 아파트가…"

    또 시청 항의 방문, 국회 청원 등을 통해 기존 초고층 계획안을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 앵커 ▶

    재건축 조합들이 초고층을 고집하는 이유, 무엇보다 아파트 가격이죠.

    한강변에 56층으로 세워진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입니다.

    재건축 전 고층의 매매가가 13억 원대였는데, 재건축 이후 초고층 집들은 이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조망 프리미엄 덕이죠.

    여기에다 초고층으로 지역 랜드마크가 되면서 주변 아파트보다 20~30% 높게 시세가 형성된 겁니다.

    추가분담금을 뺀 시세 차익만 6~7억 원에 달합니다.

    ◀ 앵커 ▶

    빼곡히 들어선 고층 아파트를 보고 프랑스의 한 지리학자는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칭하기도 했는데요.

    점점 높아지는 아파트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요.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우리나라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건 지난 1971년.

    12층과 13층으로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처음이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잠실 주공5단지가 15층으로 건설되며 '고층은 15층'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습니다.

    10여 년 뒤, 높이가 훌쩍 높아져 25층짜리 아파트가 서울 상계동에 처음 등장합니다.

    [임서환/LH토지주택연구원 전 연구위원]
    "80년대 말에 전국적으로 땅값이 굉장히 오릅니다. 택지비 비중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거고 (90년대 들어) 20층 아파트가 아주 보편화되게 됐죠."

    2000년대 들어서는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가 무려 69층 높이로 지어져 화제가 됩니다.

    이를 계기로 고층 열풍이 일어 30층, 40층 높이의 아파트가 잇따라 지어집니다.

    2009년 여름엔 건축법시행령에 처음으로 초고층 기준이 마련돼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미터 이상'으로 규정됩니다.

    ◀ 앵커 ▶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서 고층 개발이 어쩔 수 없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다른 나라 도시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유럽의 주요 문화 도시들.

    인구밀도를 보면 프랑스 파리는 ㎢당 2만 1천여 명, 모나코는 1만 8천여 명으로 서울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주거지역은 5층 미만의 저층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박인석/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반포나 뭐 이런 재개발 재건축하는 곳에서는 (용적률이) 275% 이렇게까지 올라가는데, 5층 6층으로도 270%, 280%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고층을 허용하더라도 엄격한 제한을 둡니다.

    초고층 건물이 많기로 유명한 뉴욕은 맨해튼과 같은 중심지는 용적률 1천% 이상의 고층 고밀 개발을 유도하지만, 주거지역은 14층 내외로만 허용합니다.

    런던과 파리도 고층건물 가능지역을 따로 정해두고 있는데 허용 높이는 75미터와 37미터에 불과합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중요성이 있고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 한해서는 스페셜 조닝(특별 구역)이라 해서 특수하게 다뤄주게 됩니다. 그쪽 용도와 높이를 따로 다뤄준다는 것이죠."

    신도시 개발로 초고층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는 경기도 김포와 화성, 인구밀도가 ㎢당 1천 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아파트의 고층화는 인구밀도 때문이라기보다, 땅값과 초과이윤을 높이려는 특유의 건설경제가 작용한 영향이 큽니다.

    ◀ 앵커 ▶

    서울시의 불허 방침에도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버티는 건 시장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강 공공성 재편 계획'의 일환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뒤엔 180도 달라졌죠.

    물론 초고층 아파트의 장점들도 많이 있겠지만요, 미래 세대에 대한 장기적 안목으로 세간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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