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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불나면 어쩌려고.. 천덕꾸러기 된 소방서

[이슈클릭] 불나면 어쩌려고.. 천덕꾸러기 된 소방서
입력 2017-02-19 20:23 | 수정 2017-02-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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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시 소방서 1개소가 처리한 화재 사건은 연평균 237건입니다.

    그런데 구로소방서는 연평균 346건으로 유독 많습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바로 옆 금천구에 소방서가 없어서 구로소방서에서 2개 구의 화재사건을 모두 처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정이 이렇다면 주민들이 먼저 소방서를 만들어달라고 할 것 같은데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이런 상황,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라는데요.

    왜 그런지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검은 연기가 창문을 통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불에 탄 공장 안은 온통 그을음으로 가득합니다.

    최근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그런데 진압을 위해 출동한 건 인근의 구로소방서였습니다.

    금천구에 소방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올여름 소방서가 들어설 성동구를 빼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지역.

    이 때문에 서울시는 내후년까지 금천구에 소방서를 신설하겠다며 부지까지 선정했지만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소방서 때문에 버스정류장과 건널목을 옮겨야 해 불편해지고, 가뜩이나 낙후된 지역인데 소방차 소음 탓에 지역 개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입니다.

    [이종복]
    "(그동안) 개발도 못 하게 하고 군부대 있을 때는 고도 제한까지 있다가 지금 (개발 제한이) 풀리고 했는데…"

    지금의 119 안전센터만으로는 시 평균보다 4만 명 가까이 많은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최근 지역 내 고층빌딩도 들어서고 있어 금천 소방서 신설을 추진해 온 서울시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
    "화재라든가 붕괴사고라든가 대형재난 측면에 있어서 분초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경기도의 이 소방서는 주민들 민원 걱정에 아예 이전을 고민하는 처지입니다.

    올겨울이면 소방서 앞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해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460여 세대와 마주하게 된 상황.

    사이렌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쏟아질 게 뻔해, 출동할 때마다 주민들 눈치 볼 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소방대원]
    "(주민들이) 애를 겨우 재워놨는데 사이렌 소리 때문에 애가 깨고 나면 짜증도…"

    소방차 출입구가 단지 출입구와 면해 있어 차가 막힐 경우 출동이 늦어지고 급하게 나갈 때는 사고 위험도 큽니다.

    하지만 3년 전 이 지역 개발계획을 승인한 포천시는 소방서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포천시청 관계자]
    "(사이렌 소리나 이런 걸로 인한 문제는?) 논의가 안 됐던 사안이에요. 주택건설사업 승인이 이미 나간 상태에서 저희한테 도로 허가가 들어왔기 때문에…"

    화재 등 재난과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찾는 119와 소방서.

    지역 개발 앞에서 가장 먼저 뒷전으로 밀려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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