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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추락하는 쌀…'밥심'은 옛말, 하루 한 공기 먹는다

[앵커의 눈] 추락하는 쌀…'밥심'은 옛말, 하루 한 공기 먹는다
입력 2017-03-03 20:38 | 수정 2017-03-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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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 점점 옛말이 되어갑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 올해는 60킬로그램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루로 치면 163그램, 종일 밥 한 공기 남짓 먹는 셈입니다.

    먼저 박충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아침 7시면 문을 여는 커피 전문점.

    끼니를 해결하려는 출근길 직장인들이 주로 찾습니다.

    [류선진]
    "아침에는 바빠서 안 먹거나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커피 마시면서 먹고요."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아침 식사로 밥을 챙겨 먹는다는 답은 절반에 그쳤습니다.

    나머진 식사를 거르거나 빵으로 대신했습니다.

    밥이 아닌 대용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새벽 시간 아침 식사용 빵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밥그릇 크기도 변했습니다.

    1950년대 670밀리리터였던 밥공기 용량은 2000년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최근엔 100밀리리터짜리 소형 밥공기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백수현]
    "아침도 우유 먹고 저녁에도 밥 안 먹고 그냥 고기만 먹는다든가 아니면 파스타 이런 거 먹어서 잘 안 먹어요, 쌀을."

    ◀ 앵커 ▶

    소비가 주니, 쌀이 남아돕니다.

    양곡 재고량이 사상 최대인 236만 톤에 달하고요.

    그러다 보니 정부는 작년부터 가축 사료용으로까지 비축미를 풀기 시작했고 올해는 그 양도 대폭 늘렸습니다.

    어떻게든 쌀을 팔아야 하니 경쟁도 치열해지겠죠.

    품질과 맛에서 차별화를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잘 불린 쌀을 1인용 솥에 담고, 불에 올립니다.

    15분이면 뜨끈한 솥밥이 완성됩니다.

    하루 200그릇가량 팔리는 이 식당의 인기 메뉴로, 남다른 밥맛과 밥향이 비결입니다.

    [최재웅]
    "먹었을 때 나는 단맛이나 구수한 맛이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밥을 지을 때 은은한 향이 나도록 히말라야 지역의 자생종과 일본 품종을 섞어 개량한 품종입니다.

    [양웅빈/솥밥 식당 직원]
    "원가가 다른 쌀들에 비해 30~40% 높아도 고소한 향과 버터향이 많이 나서 채택했습니다."

    쌀 품종 개량에 정부도 나섰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밥을 지은 뒤, 사전정보를 주지 않고 전문 시험관들에게 나눠줍니다.

    윤기, 질감 등 7가지 측면에서 점수를 매깁니다.

    [차명화/쌀 평가관]
    "배고파도 안 되고 너무 배불러도 그 맛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물을 조금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량한 벼 품종들을 평가하는 건데, 밥맛 좋기로 이름난 일본 품종보다 나은 점수를 받은 품종도 나왔습니다.

    [윤미라 박사/국립식량과학원]
    "밥의 질감이 부드럽고 끈기가 많은 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떨어져 외면받았던 토종 벼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찰기를 강조하는 품종과 차별화해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내세운 덕분입니다.

    [이정규/우리씨앗농사협동조합장]
    "시범 재배해서 밥을 해 먹은 결과 미질이 좋다는 평을 받았고, 구수하다고…"

    포장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철원의 오대 쌀, 경북 영주의 일품 쌀, 경기도 안성의 고시히카리.

    22가지 쌀을 지역과 품종에 따라 소형 페트병에 담았습니다.

    이름의 유래와 특성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적게 먹으면서 맛을 따지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했습니다.

    ◀ 앵커 ▶

    맛있는 쌀, 어떻게 고르면 될까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지역 브랜드 쌀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더니, 재작년엔 충남 보령, 전북 군산, 전남 무안의 브랜드 쌀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작년엔 전남 담양과 전북 김제의 브랜드 쌀이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브랜드를 선택하시면 실패 확률이 낮겠죠.

    경기도에선 임금님표 이천 쌀이 유명하죠?

    하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고시히카리와 추청 등 품종은 제각각입니다.

    맛이 다르니 품종도 따져봐야 합니다.

    한 품종을 80% 이상 담은 단일미가 혼합미보다 낫고, 특-상-보통으로 등급을 표시한 쌀이 등급 검사를 받지 않은 '미검사' 쌀보다 맛이 좋습니다.

    ◀ 앵커 ▶

    하지만 품질 개량만으로 이미 줄어든 쌀 소비를 되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죠.

    우리나라 사람들, 음식 문화 자체가 변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쌀 아이스크림, 쌀 맥주처럼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가공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학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프랑스식 디저트 케이크.

    누룽지로 만든 딱딱한 영국식 빵인 스콘, 쌀의 속 껍질에서 추출해 우유처럼 만든 쌀 우유, 쌀알이 씹히는 쫄깃한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황신아]
    "쌀이 풀어지는 게 아니고 쫀득쫀득 씹혀서 아이스크림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쌀을 원료로 한 디저트 카페인데, 찾는 사람이 늘면서 올해 매장 네 곳을 추가로 열 예정입니다.

    쌀 맥주도 나왔습니다.

    보리가 아닌 쌀로 빚을 땐 뜨거운 물에 한 번 더 녹여야 발효가 돼, 과정이 더 복잡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부드럽고 둥근 쌀 품종을 사용한 덕에 풍미가 더해집니다.

    [김정하/쌀 맥주 개발업체 대표]
    "청량함이라든지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같은 것들을 더 느끼실 수 있습니다."

    ◀ 앵커 ▶

    일본에는 쌀 전문점이 있는데요.

    어떤 품종은 생선 요리와 맞고 어떤 품종은 카레와 어울리고, 이런 식으로 아주 미세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유명 식당의 잡곡밥을 그대로 배합한 쌀이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데요.

    쌀의 상품화, 발상을 좀 바꾸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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