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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배수로에 갇힌 개구리, 애꿎은 떼죽음

인공 배수로에 갇힌 개구리, 애꿎은 떼죽음
입력 2017-03-05 20:23 | 수정 2017-03-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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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입니다.

    산에서 겨울을 난 개구리들은 가장 먼저 산란을 하러 습지를 찾아가는데요.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 배수로가 개구리들에겐 치명적인 '덫'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겨우내 쌓인 눈이 녹고, 꽃봉오리가 움트기 시작하면 개구리들도 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노래하며 짝을 찾고, 개울가에 수천 개의 알을 낳는 개구리들.

    습지로 가는 길목에서 흔히 만나는 장애물은 콘크리트 배수로입니다.

    한 번 빠지면 벽을 오르는 건 어림없고, 출구를 찾아 나아가 봐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 무릎 정도 깊이의 이런 배수로 곳곳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낳아놓은 알들이 쉽게 발견됩니다.

    하지만, 흙 웅덩이와 달리 인공 배수로는 며칠만 볕이 나도 금세 바짝 말라버립니다.

    [변영호/경남양서류네트워크 대표]
    "물이 증발되면 알과 함께 올챙이들이 모두 죽게 되는….인간이 만든 거대한 함정들이죠"

    환경단체에선 배수로의 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기도 하지만,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걸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변영호/경남양서류네트워크 대표]
    "옛날에는 예를 들면 알덩이가 백 개 이상 됐는데, 산 밑에 (배수로를) 싹 닦아버리면 뭐, 몇 년 사이에 (개체 수가) 훅훅 줄어들어 버리죠."

    먹이 사슬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개구리 같은 양서류가 줄어들면 해충이 늘어나거나 조류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구리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생태 통로를 만들거나 배수로 경사를 완만하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장이권/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개선된 배수로는) 아주 작은 노력이면 충분히 만들고 설치할 수 있거든요. 개구리들의 출현이 많은 곳에 먼저 설치할 필요가 있어요."

    일부 지자체와 국립공원에서는 생태 보전을 위해 배수로 개선에 나섰지만, 실제로 설치된 곳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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