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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꿈에도 변사체가.." 트라우마 시달리는 과학수사대

[집중취재] "꿈에도 변사체가.." 트라우마 시달리는 과학수사대
입력 2017-03-26 20:32 | 수정 2017-03-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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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은 범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현장을 샅샅이 살피며 숨겨진 증거를 찾아 사건 해결에 나섭니다.

    하지만, 매일 처참한 범죄 현장을 맞닥뜨리며 겪는 정신적 외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임경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의정부의 한 주택에서 변사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22일 오후 3시쯤.

    "다녀오겠습니다."

    혼자 사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한 40대 여성을 지인이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짧은 묵념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자마자, 1차 검시를 시작합니다.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을 뜬 뒤 체액을 채취하고 타살 흔적은 없는지 육안으로 빠르게 살피는 게 우선.

    이어 유서나 유류품, 주변에 흩어진 술병 등 증거물을 확보하고 현장의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거기네, 거기야. 여기야, 여기."

    경기 북부지역에서 발생하는 변사만 하루 평균 10여 건.

    현장에 첫발을 디디기 직전엔 경험 많은 요원들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어떤 현장은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오인선/경기북부청 광역1대 팀장]
    "어린애, 어린아이가 사망했을 때는 그게 뇌리에 많이 남아있고 그럴 때가 되게 힘들어요, 어린아이 봤을 때."

    3년 전 경기도 포천의 일명 '고무통 사건'.

    고무통에 10년 넘게 방치됐던 시신에서 지문을 발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보람이 컸던 만큼, 처참했던 현장은 오래 뇌리에 남았습니다.

    특히 견디기 힘든 건 부패한 시신의 냄새.

    [김영삼/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검시팀장]
    "시신이 오래되면 부패하고 거기서 발생된 여러 가지 화학적인 물질 또 여러 가지 이제 조금... 평상시에 맡을 수 없는 냄새들도 맡고."

    수시로 이런 현장을 맞닥뜨리다 보니 꿈에도 변사체가 나타난다고 할 정도.

    심한 스트레스가 요원들을 괴롭힙니다.

    실제 경찰 과학수사요원 10명 중 2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이고, 특히 50대 요원은 비율이 4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심리치료 시설은 전국에 4곳뿐, 증상이 악화돼도 참고 삭히는 요원이 대부분입니다.

    [오인선/경기북부청 광역1대 팀장]
    "시간이 없어요. (치료를) 해볼 시간이. 6명이서 2인 1조로 돌아가거든요. 한 사람이 빠지면 그 자리를 또 다른 사람이 메워야 되니까..."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현장 증거 찾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경찰 과학수사 인원은 9년째 제자리.

    전체의 1%가 안 되는 1천120명의 요원들이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에 쫓기는 상태로 또다시 살인, 변사에 화재, 강도, 절도까지 전국의 범죄 현장에 출동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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