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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대기자만 1천 명,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는 '로또'?

[앵커의 눈] 대기자만 1천 명,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는 '로또'?
입력 2017-03-28 20:40 | 수정 2017-03-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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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공립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보다 보육비는 저렴하고 나라에서 하는 시설이라 믿을 만하다는 인식도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 앵커 ▶

    하지만, 인기에 비해 너무 적습니다.

    전국의 어린이집 열 곳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채 한 곳이 안 됩니다.

    이렇다 보니 입소 신청을 하고 몇 년을 기다려도, 다녀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신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08명이 다니는 한 구립 어린이집입니다.

    입학철만 되면 아이를 넣어달라 간청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대기자만 1천 명이 넘습니다.

    이중 908명이 맞벌이나 다자녀가구 등 입소 우선순위의 아이들입니다.

    [황연옥/둔촌어린이집 원장]
    "애걸복걸하시는 분도 있고 화를 내시는 분도 있고 소리 지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시고…."

    2013년 셋째 아이를 출산한 이 여성은 4년 전,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습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받은 대기 순번은 1,400번.

    올해가 돼서야 3번으로 올라와 내년 입소가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굳이 아이를 보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학부모]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5살이 된 거예요. 6~7세에는 유치원들을 많이 가니까 (내년에) 연락이 온다고 해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시점이…."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 1천여 곳, 이중 7%만 국공립이고, 85%는 민간 시설입니다.

    프랑스 85%, 스웨덴 80% 등 국공립이 대부분인 주요 선진국과는 정반대입니다.

    ◀ 앵커 ▶

    서울시는 전체 어린이집의 17% 정도가 국공립으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편입니다.

    또, 해마다 2, 3백 곳씩을 꾸준히 늘려 2020년엔 국공립 비중을 30% 이상으로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놨습니다.

    이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 다들 환영할 것 같지만, 막상 건설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갈등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박준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육아휴직을 하고 10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김수아 씨.

    올해 안에, 집 근처 공원 자리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그곳에 맡기고 복직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긴다던 어린이집이 언제 생길지 기약이 없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김수아/10개월 전 출산]
    "다시 일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올해 말쯤이나. 그런데 어린이집이 생기지 못하면…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일부 주민들이 공원을 없애고 어린이집을 지으면, 교통도 복잡해지고 시끄러워진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공원 인근 주민]
    "어린이집은 다른 데 지을 수도 있고…(공원) 조금 남기고 여기 지으면 뭐가 남는 게 있어요, 없지."

    서초구도, 한 아파트에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아이들 소리는 시끄럽다는 주민 항의가 빗발쳐 주민들의 의견대로 설계를 바꾸고, 방음 시설을 갖추고서야 아이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권미정/서초구 보육정책팀장]
    "(소음 문제는) 이중벽이라든가 방음 패드를 장착하는 등 저희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고요."

    ◀ 앵커 ▶

    어린이집이 많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동네에 생기는 건 싫다는 겁니다.

    이런 반대의견을 다 설득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 앵커 ▶

    그런데 문제는 돈입니다.

    대선 주자들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비율을 각각 이만큼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공약을 지키려면 9천 곳이 새로 생겨야 하고 여기에 18조 원이나 필요합니다.

    돈을 적게 쓰면서도 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요?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9월 문을 연 서울 용산구의 구립 어린이집.

    60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이곳은 몇 달 전까지 고등학교 도서관이었습니다.

    한 사립학교 재단이 도서관 1층에 있던 교실 3개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한 겁니다.

    이 교실들이 보육실 5개로 바뀌었고 건물 뒤 공터는 놀이터로 변신했습니다.

    들어간 비용은 8억 원, 최대 30억 원이 들어가는 어린이집 신축 비용의 4분의 1이었습니다.

    [김율옥/성심여자고등학교 교장]
    "1997년에 학교를 재건축하면서 학교공간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 싶었고, 마침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안양시의 주민센터.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 중 1층 공간 전부에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역세권이어서 땅값이 비싸고, 이미 오래전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어서 새 어린이집을 지을 부지를 찾기 어려웠는데, 주민센터 덕분에 부담을 덜었습니다.

    [문성숙/안양시 가정여성과 팀장]
    "신축을 하면 최소 20억 원정도 필요한데 저희가 (리모델링에) 총 3억 원이 들었으니까 6분의 1 정도 절감되었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5명, 여성 한 명이 낳는 자녀의 평균 숫자를 의미하는데요.

    세계 224개국 가운데 거의 꼴찌입니다.

    한국의 미래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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