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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줄줄 새는 폐업지원금, 돈 받고 시늉만?

[이슈클릭] 줄줄 새는 폐업지원금, 돈 받고 시늉만?
입력 2017-04-11 20:31 | 수정 2017-04-1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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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영양소가 풍부해서 슈퍼푸드로 불리는 블루베리입니다.

    고소득 장물로 각광을 받아왔는데 칠레나 미국 같은 농업 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생상량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지원금을 주면서 폐업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지원금, 제대로 나가고 있을까요.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넉 달 전 정부 지원금을 받고 폐업한 경기도의 한 블루베리 농장입니다.

    신고한 대로 밭에선 나무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간판은 여전히 그대로.

    농장 주변에는 정체 모를 나무뿌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5년 이상 자란 큰 뿌리라, 심기만 하면 바로 다시 자랄 수 있는 것들.

    폐업한 농장에서 나온 거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입니다.

    [농민 A]
    "누구 그냥 공짜로 줄 수도 없는 거예요. 다 폐기처분해야 돼요, 100프로. (그런데) 자기네 일꾼 데려다가 물 주고…."

    농장 주인을 만나봤습니다.

    농사를 접었다더니, 나무는 다시 키울 거라고 말합니다.

    [블루베리 농장 주인]
    "(뿌리만 있는 이런 거는) 이건 다 잘라버린 거예요, 우리가. (왜 자르셨어요?) 그냥 다시 새순 받으려고요. 자르면 나오니까…."

    버젓이 판매까지 합니다.

    [블루베리 나무 구매자]
    ((뿌리) 몇 개나 사갔어요?)
    "100개, (개당) 1만 원씩에 가져가고 블루베리 2년, 3년 된 거 그거 10개, 12개인가 주더라고…."

    폐기돼 사라졌어야 할 블루베리가 화분으로 옮겨지기만 했을 뿐 다른 데서 또 자라고 있는 기막힌 상황.

    [농민 B]
    "두면 싹이 올라와서 1년만 자라면 그 이듬해 또 열리게 돼 있는 거예요. 폐기를 했어야 되는 건데 판 거예요."

    폐업한 블루베리 농장의 규모는 1만 3천여 제곱미터, 약 4천 평입니다.

    지원금이 3.3제곱미터당 5만 4천 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어림잡아도 2억 원 이상 지원금을 받은 걸로 추정됩니다.

    부정수급이 확인될 경우 받은 돈의 다섯 배까지 부가금을 물고 형사고발도 피할 수 없는 중범죄.

    하지만 지원금만 챙기고 나무를 빼돌려 팔더라도 적발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자체 담당자에게 현장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쌓인 뿌리를 보고도 도리어 취재진에게 묻습니다.

    [시청 관계자 A]
    (이게 뭔 줄 아세요?)
    "묘목이라는 얘기죠?"
    (묘목이 아니라 다 큰 나무의 뿌리라는 거죠.)
    "그게 진짜라면은 문제예요."

    블루베리 나무가 이미 죽은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시청 관계자 B]
    "겨울에 현장에서 다 얼어 죽었을 걸로 알고 있는 거고, 지금 상태에서는 바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폐업 지원금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나무를 없애야 주는 건데도 정작 어떻게 폐기하고 확인하라는 지침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농림부 관계자]
    "(폐기 방법을) 지침사항에 명시는 해두지 않았어요. 매매나 이런 건 안 되고…."

    [블루베리 폐업 농민]
    "(폐업 확인은) 사진 찍어서 크게 까다롭지는 않았어요, 보니까."

    더 큰 문제는 이런 수법이 일부 농가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농민 C]
    "사람들이 그걸 보고 (나무를) 아래 논으로 옮기거나 또는 그걸 판매를 하거나 급속도로 확 퍼지고 있어요."

    [농민 D]
    "(블루베리) 협회에도 제보가 가끔씩 들어와요. 지원금 받아서 이행을 안 하면 큰일 날 일이죠."

    지난해 폐업을 신청한 전국의 블루베리 농가는 1천 5백여 곳, 지급된 지원금은 9백20억 원에 달합니다.

    일부 농가의 도덕적 해이와 당국의 허술한 조사 탓에 혈세는 줄줄 새고, 지원금을 받고 생산량을 줄이거나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는 선량한 농가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봐야 할 판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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