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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너도나도 세운 동상, 공감대 없어 '흉물' 논란

[집중취재] 너도나도 세운 동상, 공감대 없어 '흉물' 논란
입력 2017-04-15 20:28 | 수정 2017-04-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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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물이 남긴 업적을 기억하게 해 주는 동상.

    하지만 지역의 상징물로 이렇게 사랑받는 동상이 있는가 하면 세우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에 휩싸이거나 흉물로 방치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는데요.

    오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화문 광장의 상징과도 같은 이순신 장군 동상의 봄맞이 세척 작업.

    갑옷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수건으로 구석구석 물기도 닦아냅니다.

    시원한 목욕을 끝낸 뒤 더 환하게 반짝이는 세종대왕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동상입니다.

    [황승선/고양시 덕양구]
    "세종대왕님께서 굉장히 시원하실 것 같고, 저희 마음도 좀 시원해지는…."

    하지만 모든 동상이 이런 대접을 받지는 않습니다.

    서울 문래공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

    지난해 말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에, 훼손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충북 음성 생가터 앞에 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상은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1백 미터 떨어진 공원의 동상도 마찬가지 신세.

    "북한을 보는 듯하다"는 해외 언론 기사에 논란이 일자 군청 측이 자진철거한 겁니다.

    행방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음성군청 직원]
    "비밀 장소에 전체적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일체 내부 업무 비밀로 정했기 때문에…. 알려지면 일파만파 퍼지더라고요."

    수난을 겪는 건 정치인 동상만이 아닙니다.

    지자체가 설치한 김연아 선수 동상은 실제 모습과 닮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외면받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엄영호/경기 군포시]
    "잘 모르겠더라고요. 모르는 사람 같으면 저게 뭐라고 저기에 해놓았지, 그리 생각할 거예요."

    유행에 기대 만든 동상은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에 예산낭비 사례로까지 꼽힙니다.

    드라마 인기에 기대, 촬영지에 세워진 주연 배우들의 동상은 1억 5천만 원짜리.

    [김호년/대학생]
    "그냥 보면서 지나가고…. 그런 게 있는지 홍보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몰랐었어요."

    가수 싸이의 말춤 안무를 본떠 강남구에 세워진 강남스타일 동상은 4억 원이 들었습니다.

    [홍혜진/직장인]
    "손 모양만 딴 게 진짜 너무 보기가…. 저걸 왜 세금으로 설치했는지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돼요."

    활동 중이거나, 평가가 엇갈리거나, 반짝인기를 얻는 인물을 활용해 충분한 고려나 공감대 없이 만든 탓에 애꿎은 수난을 겪는 동상들.

    환영은커녕 설치 여부를 놓고 갈등을 키우는 일까지 생기자, 결국 서울시는 최근 주요 광장에 동상을 만들거나 없앨 때는 시민과 전문가의 심의를 거치도록 조례를 바꿨습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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