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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없어져야 '관광 미항'?…쫓겨나는 어민들 '분통'

어선 없어져야 '관광 미항'?…쫓겨나는 어민들 '분통'
입력 2017-05-05 20:38 | 수정 2017-05-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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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그림 같은 항구도시, 경남 통영.

    특히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불리기도 하는 강구안은 통영의 백미로 꼽힙니다.

    그런데 다음 달부턴 어선정박을 금지시키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인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더 아름다워질까요?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막 바다에서 돌아온 고깃배들이 펄떡이는 생선을 고무통에 옮겨 담고, 어깨 맞닿아 정박한 배 위에선 어민들이 한가롭게 그물을 정리합니다.

    바닷물이 육지로 쑥 밀고 들어온 항구, 강구안. 파도가 유난히 잔잔해서 작은 고깃배가 정박하기엔 최고 명당입니다.

    [통영 어민]
    "아무리 큰 태풍이 와도 여기는 아주 좋아요. 제일 안전한 곳이 여기예요."

    하지만, 이곳에 어선들은 더이상 머물지 못하게 됩니다.

    통영시는 강구안에 정박해온 어선들이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미관을 해친다며 조만간 다른 항구로 내보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통영시 해양관광사업과]
    "산업화가 되고 하면서 어업인들이 해상에 (쓰레기를) 투기한다든지 이런 부분이 많았어요. 오염들이 심각하고 하다 보니까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고자…."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항구 정비 사업을 시작하는데, 고깃배 정박을 막는 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합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건설과]
    "훨씬 더 아름다운 미항들이 많이 있거든요. 관광객 집객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선들이) 정박을 하고 지금 이 상태로 간다고 했을 때 특별한 장점이 없는 거죠."

    항구 주변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는 줄만 알았지 정박하지 못한다는 걸 몰랐던 어민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선장]
    "어민들을 위한 항이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하는 이게 옳지 않다고 보거든. 일단 못 가는 걸로 우리 어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면 될 일을, 수질 핑계로 영세 어민들의 오랜 터전을 뺏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6년간 강구안 수질 평가 결과를 보면, 단 한 해만 3등급 보통 수준이었을 뿐, 계속 1~2등급을 유지했습니다.

    종종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라고 불려왔던 강구안은 이미 통영의 대표적 관광지 가운데 하나. 이곳에서 어선들을 내몰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올까? 동의하는 관광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종민/관광객]
    "전망이 다른 데보다 좋은 것 같아요. 배들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고 가까이서…."

    [김지훈/관광객]
    "배들도 조그맣고 보기에도 되게 정겨워 보이고…."

    수백 년 역사의 미항을 허울뿐인 항구로 만들고, 현대식 시설물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4백여억 원,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사업인가?"하는 근원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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