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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망가진 '천연 비행장' 사곶해변, 백령도에 무슨 일이?

[현장M출동] 망가진 '천연 비행장' 사곶해변, 백령도에 무슨 일이?
입력 2017-05-31 20:39 | 수정 2017-05-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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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닷물을 먹으면 돌처럼 단단해지는 모래밭.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령도의 사곶해변인데요.

    이곳이 잘못된 개발 사업으로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신정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하얀 모래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풍광 좋은 여느 해변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바닷물을 머금으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해집니다.

    밀가루보다 곱고 단단한 규암 가루가 두껍게 쌓여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는 곳, 이런 독특한 환경 때문에 활주로로까지 활용됐습니다.

    [박순빈/백령도 주민]
    "화물 비행기 이만한 거 있잖아요, 큰 거. 그게 뜨고 내렸어요, 저기서."

    이런 지질은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전 세계 단 두 곳뿐.

    문화재청은 이 해변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무거운 비행기가 내려앉아도 꺼지지 않을 만큼 치밀하고 단단했던 해변이 이제는 사람이 걷기만 해도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물러져 버렸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해변에 들어갔다 앞바퀴가 모래에 파묻히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삼로/백령도 주민]
    "완전히 버렸어 이제. 물이 고여있고 고랑이 생기고…전에는 평평하니 차가 지나가도 바퀴자국이 안 날 정도였는데…"

    모래를 살짝만 파봐도 시커먼 갯벌 흙이 섞여 나오고 비릿한 악취까지 풍깁니다.

    [강제윤/섬 연구소 소장]
    "좋은 갯벌은 냄새가 안 나요. 근데 이거는 썩은 냄새가 난다는 거는 갯벌화 돼가면서 동시에 썩어가고 있다."

    20여 년 전 옹진군이 간척사업을 벌이며 시작된 현상입니다.

    섬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 갯벌 입구를 길이 800여 미터 방조제로 막은 뒤, 450ha가 넘는 농지와 담수호를 조성했습니다.

    [백령도 주민]
    "간척지 아니라도 여기 땅 가지고 전부 먹고살았지 남았지. 적은 적 없습니다."

    문제는 제방이 생긴 뒤 갯벌화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최중기/ 인하대 해양학과 명예교수]
    "백령호 안쪽으로 들어가서 쌓여야 할 작은 펄 입자들이 바깥으로 흘러서 사곶 해수욕장으로 가서 모래입자하고 같이 쌓이게 되니까.."

    그렇다면, 농지를 늘리고 수자원을 확보한다던 간척사업은 성과가 있었을까.

    농업용수로 쓰려고 만든 백령호는 바닷물이 계속 스며들면서, 염분농도가 기준치보다 무려 1만 7천배 이상 높은 상태.

    농지로 조성한 땅은 60%만 농경지로 쓰일 뿐, 나머지는 염도가 높아 황무지로 전락했거나 지자체가 밀, 튤립 등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김정호/옹진군 농업기술센터 과장]
    "경관작물이라던가 이런 걸 심어서 관광객들한테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망가져 가는 천연기념물, 그 대안을 찾기 위한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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