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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전쟁] 전쟁 같은 '간병 지옥' 치매 가족의 하루

[치매와의 전쟁] 전쟁 같은 '간병 지옥' 치매 가족의 하루
입력 2017-06-07 20:42 | 수정 2017-06-0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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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라는 치매.

    현재 65살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이 앓고 있고, 이들을 돌보는 가족만 2백만 명에 이르는데요.

    간병 부담을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연속 기획, '치매와의 전쟁' 오늘은 간병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버티기 힘든 치매 가족들의 하루를 들여다봤습니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젯밤 잘 주무셨어요? 사랑해요."

    새벽 6시, 어김없이 곽동화 씨의 바쁜 하루가 시작됩니다.

    2년 전, 예순셋의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남편.

    (어디서 오셨어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중간에 잊어버리셨어요?"

    32년 경찰 생활을 마친 직후였습니다.

    이제 옷 입는 것부터 약 먹는 것까지 다른 이 도움 없인 불가능합니다.

    자녀의 이름과 얼굴, 기억은 하나씩 잃었고 이름표 붙인 가재도구는 점점 늘었습니다.

    [곽동화/치매 환자 가족]
    "물을 담아서 '냉장고에 좀 가져다 놓으세요.' 이랬는데 욕실에 가서 세탁기에 붓고 있더라고요. 제가 하나하나 적으면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이는 병의 특성 탓에 잠들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곽동화/치매 환자 가족]
    "더 심해졌어요. 우울증이 더 심해졌어요. 제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저 양반 때문에 마음을 많이 제어하고 있어요."

    최근 5년간 65살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는 20% 증가했습니다.

    전체 치매 인구도 빠르게 늘어 72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 추세로라면 7년 뒤 1백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환자 열 중 일곱은 가족이 직접 간병합니다.

    [조용하, 정이도]
    "아내가 해주는 밥 먹고 다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는 뭐 내가 청소해야지, 빨래해야지. 참 인생이 정말 어떻게 그 패턴이 바뀌어 버려요."

    간병 부담을 지는 가족도 늙어갑니다.

    길을 잃은 채 거리에서 발견된 막냇동생.

    돌볼 이가 없어 8년째 팔순 넘은 형이 보살피고 있습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 간병' 가구입니다.

    [강인식 (85살)/치매 환자 가족]
    "그동안에 한 4,50년 된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올 데 갈 데가 없으니까. 나보다 먼저 죽으면 낫겠다. 솔직한 얘기로 그런 심정이죠."

    지난주에는 일흔 노모의 치매 수발이 힘들다며 목숨을 빼앗고 암매장한 아들이 경찰에 구속됐고, 치매 노모와 50대 아들이 지난달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장례를 잘 치러 달라는 유서와 함께 장례비가 담긴 통장을 남겼습니다.

    [추 모 씨/이웃 주민]
    "항상 아드님이 같이 계셨어요. 같이 옆에 붙어 계셨어요. 전혀 말수가 아예 없으셨어요."

    이웃 일본은 한 해 10만 명이 간병을 위해 퇴직하고, '간병 살해', '간병 자살'이 잇따르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정희/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
    "초고속으로 노령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간병이나 요양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간병 지옥'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년이면 찾아올 '고령 사회'.

    치매 환자를 돌보는데 우리 사회가 한 해 들이는 비용은 이미 13조 원에 달합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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