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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곶자왈' 위협하는 사파리 공원 사업…멍드는 자연

[이슈클릭] '곶자왈' 위협하는 사파리 공원 사업…멍드는 자연
입력 2017-06-25 20:20 | 수정 2017-06-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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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와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곳.

    제주 토박이말로 곶자왈이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2배나 많이 흡수해서 산소로 배출하기 때문에 제주의 허파로도 불립니다.

    일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있는데 이곳에 사파리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추진돼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라산 아래 펼쳐진 100k㎡의 너른 숲, 곶자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시간쯤 걷자 늪처럼 진 땅이 나옵니다.

    비가 오면 육지에서 습지로 변하는 독특한 곳.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보호 구역입니다.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처가 됩니다.

    현무암으로 된 이곳 '곶자왈' 지형은 지하수를 품고 있어 습도가 연중 8~90%를 유지합니다.

    덕분에 작은 양치식물은 물론이고 상록활엽수까지 7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제주 생태계의 중요한 축입니다.

    탐방객도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대표로 한 단계 높은 '습지 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150여 미터 옆에 대규모 사파리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배/람사르 습지 마을 이장]
    "아주 울창합니다. 하나의 숲이에요. 덩어리예요. 그래서 한쪽이 잘려나가서 개발이 된다면, '이건 아니다.'"

    사파리 건설 예정지를 가봤습니다.

    습지에 빨간 꽃이 피었습니다.

    멸종위기 2급인 순채입니다.

    제주에만 있는 제주고사리삼도 11개 지점에서 확인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숙박시설과 쇼핑타운이 들어서고, 뉴트리아 10마리가 코끼리, 하마, 재규어와 함께 사육됩니다.

    추진 업체는 설계를 보완해 올해 안으로 착공하겠단 계획입니다.

    [문현봉/사파리 추진업체 회장]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 호텔도 오두막 형으로 바뀌었고 여러 부분이 동적인 것에서 감성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많이 줄였습니다."

    반대 주민들은 사업 시행 능력도 의심합니다.

    [이영수/사파리 예정지 주민]
    "갑자기 (공동 사업자인) 새마을운동 중앙회가 빠졌고 자본금 21억인 업체가 이 사업을 하는데, '과연 할 수 있는가'도 문제고…"

    앞서 전라남도는 '섬 사파리'를 만들겠다며 70여억 원을 투자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결국 포기했습니다.

    동물 2천여 마리를 풀어놓겠다던 곳은 보리밭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파리뿐 아니라 각종 시설이 곶자왈을 파고듭니다.

    땅값이 싼데다, 대부분 마을 목장 등 공동소유라 토지 수용이 쉽기 때문입니다.

    개발 열풍으로부터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한 쪽에선 모금 운동을 펼칩니다.

    [고제량/제주생태관광협회장]
    "어느 한 지점을 '보전하자'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사서) 가지고 있다면 그 주변 지역도 더불어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해 1천5백만 명이 찾는 제주.

    사업성과 환경 영향을 따지지 않고 앞다퉈 개발에 뛰어들면서 천혜의 자연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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