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배주환

[이슈클릭] 매연·로드킬 등 국립공원 '몸살'…길 내다 병든다

[이슈클릭] 매연·로드킬 등 국립공원 '몸살'…길 내다 병든다
입력 2017-07-01 20:25 | 수정 2017-07-01 20:49
재생목록
    ◀ 앵커 ▶

    지리산이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50년이 됐습니다.

    설악산, 한라산, 한려해상, 경주에다가 작년에 지정된 태백산까지 더하면 모두 22곳인데요.

    탐방객도 꾸준히 늘어서 작년 한 해에만 4천5백만 명이 찾았습니다.

    산 중턱까지 도로가 뚫린 덕분이기도 한데, 정작 국립공원은 병들고 있습니다.

    배주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동식물 7천8백여 종이 살고 있는 자연의 보고, 지리산입니다.

    남벌로 인한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지 50년.

    덕분에 수십 년 동안 숲은 그대로지만 그 사이 회색빛 도로가 깔렸습니다.

    노고단 턱밑까지 24킬로미터를 구불구불 잇는 길.

    1988년 뚫린 성삼재 도로입니다.

    이후 해발 1,000m 자리에 주차장까지 만들어 탐방객들은 더 편리해졌습니다.

    [김수진/등산객]
    "밑에서부터 올라온다고 하면 노고단 정상까지 가기 너무 힘들잖아요."

    하지만 숨쉬기는 불편해졌습니다.

    10년 전 환경부 측정 당시 이미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던 성삼재 도로, 이후엔 지역 반발 등을 우려해 측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음 역시 국립공원이란 말이 무색합니다.

    [윤주옥/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10월이나 7~8월 성수기를 보면 소음도 노고단과 (주차장이 있는) 성삼재를 비교해 봤을 때 엄청난 차이가 있고요."

    지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산.

    미시령 관통 도로에 터널까지 뚫려 연 5백만 대 넘는 차량이 오갑니다.

    단풍철엔 몰려드는 차량들로 매연에 몸살을 앓습니다.

    [윤훈민/등산객]
    "엔진오일 안 갈은 차량 같은 게 지나가면 매연 같은 게 맡아지니까…"

    생태계 피난처 역할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폭이 5m가 넘는 이 도로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릅니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이 이동하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 통로도 사실상 등산로가 되기 일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국립공원 안에서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작년에만 3백 건 가깝습니다.

    [김종달/지리산 인근 주민]
    "여기가 백두대간이고요. 이 도로를 통해서 멧돼지, 노루, 산토끼들이 많이 다녔었어요."

    전국의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는 112개.

    총 7백27킬로미터로 경부고속도로 2배에 가깝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국립공원 도로를 별도 관리하는 영국, 독일 등과 달리 우리는 건설이나 관리 기준조차 없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사찰, 지자체, 농림부, 토지 소유주 자체가 네다섯 곳이 들어가요. 엄청나게 많은 협의가 돼야 해요."

    자연 보전과 국민 이용을 위해 지정된 지 50년.

    사람을 위해 길을 내다 자연이 병 드는 국립공원이 되지 않도록 또 다른 50년의 계획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