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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백약이 무효' 20년 퇴치해도 2배 늘어난 배스

[집중취재] '백약이 무효' 20년 퇴치해도 2배 늘어난 배스
입력 2017-07-17 20:28 | 수정 2017-07-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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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대표적 생태계 교란 외래어종인 '배스'.

    퇴치 정책 2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쩐지 갈수록 늘기만 하고 이제는 거의 토착화 상태입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벽 물안개가 자욱한 호수.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강태공들이 여기저기서 낚싯대를 드리웁니다.

    드디어 입질이 오고, 30~40cm짜리 물고기들이 줄줄이 달려 올라옵니다.

    (아 사이즈 좋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껏 잡은 고기를 손맛만 본 뒤 슬쩍 놔주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이유는 이 물고기, 외래어종 배스입니다.

    [조혜민]
    "(하루에) 50마리, 100마리도 꺼내는데요? 엄지에 지문이 다 사라질 때까지 잡아요."

    배스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산 채로 놔 주면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배스 낚시인 A]
    "두 마리 잡았어요. (가지고 계세요?) 다 놔 줬죠. 죽이기가 좀 그래서..."

    [배스 낚시인 B]
    (잡고 나면 어떻게 하세요?) "잘 먹지는 않는... 놔 주거나 그러죠."

    낚시꾼들에게도 처치곤란인 배스, 요리법은 있다지만 특유의 비린내와 외래종이라는 거부감 탓에 먹기엔 찜찜하고.

    [배스 낚시인 C]
    "아무래도 민물고기니까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규정대로 종량제 봉투를 준비해 쓰레기로 처리하자니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배스 낚시인 D]
    "(배스 낚시는) 계속 걸어다니면서 하는 낚시잖아요. 고기가 짐이 되는 거예요."

    이렇다 보니 잡아도 놔 주거나 아무 데나 버리기 일쑤입니다.

    "(다른 물고기 못 잡아먹게) 케이블 타이로 입을 묶어서 도로 살려주는 경우도 있고. 무슨 큰 애국을 한 것처럼..."

    일부 지역에서 배스 수거함을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방생이나 투기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이민규/낚시터 운영]
    "(배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동반돼야죠. 그래야 저수지도 깨끗해지고..."

    지난 1998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이래 퇴치 사업만 20년째,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포획을 장려한다며 1킬로그램에 4천~5천 원씩 포상금을 주고, 낚시대회까지 열고 있지만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도 성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주요 하천의 배스 서식 밀도는 오히려 2배 넘게 늘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퇴치 사업을 하는데 (올해) 예산이 36억 원정도 잡혀 있습니다.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그물로 한꺼번에 잡아들이려 해도 토종 붕어 잉어만 잔뜩 걸려드는가 하면.

    (배스랑 블루길은 안 나왔죠?) "안 나왔어요."

    최근 배스 낚시가 인기를 끌면서 방생도 덩달아 기승이지만 단속은 유명무실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일일이 개별적으로 쫓아다니면서 단속은 사실 약간 무리가 있어요."

    국내에 들여온 지 40년이 넘어 사실상 토착화돼 버린 배스.

    퇴치 사업과 함께 단속을 대폭 강화하거나 비료 같은 가공 활용, 토종과의 공존 모색 등 정책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쓰고, 개체는 더 늘어나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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