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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도심이 잠긴다"…반복되는 도심 침수, 이유는?

[앵커의 눈] "도심이 잠긴다"…반복되는 도심 침수, 이유는?
입력 2017-07-21 20:40 | 수정 2017-07-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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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주말 충북 청주는 도시 기능이 마비됐습니다.

    290밀리미터, 작년 1년 동안 내린 비의 30%에 해당하는 양이 하루에 쏟아졌습니다.

    ◀ 앵커 ▶

    이렇게 갑작스런 폭우로 도심이 잠기는 일, 최근 들어 잦아졌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0년 10월 추석 연휴 첫날엔 서울에 259mm의 비가 서너 시간 집중해 쏟아지면서 수도 서울이 멈춰 섰습니다.

    다음해 여름, 3일 동안 536mm, 기상 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이 쏟아져 내려 주택과 아파트를 덮쳤고요.

    지난해에는 태풍 차바가 몰고 온 폭우에, 울산, 창원, 김해, 양산, 경주까지.

    태풍 경로 위 도시들이 모조리 마비됐습니다.

    [문영일/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60년대에는 하천 범람에 의한 홍수가 많이 있었고, 그것이 근래에 오다 보면 도시 홍수가 많이 이제 발생이 되고...급격하게 도시가 팽창했는데 수방시설은 생각을 못한 거죠."

    ◀ 앵커 ▶

    도심 홍수가 잦아진 이유, 먼저 비의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2000년 이후 시간당 1백 밀리미터를 넘는 폭우만 16번, 지난주 청주 수준의 물폭탄이 매년 한 번씩 찾아온 셈입니다.

    ◀ 앵커 ▶

    비의 양도 문제지만 반복되는 도심 물난리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여 물이 스며들지 않는 이른바 '불투수면적'이 넓습니다.

    전 국토의 8% 정도가 '불투수면적'인데 반해 도시들의 경우 '불투수면적'의 넓이가 많게는 60%를 넘어섭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도시, 폭우에 얼마나 취약한지 김준석 기자가 실험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사당역 사거리를 축소한 모형을 만든 뒤 시간당 100밀리미터의 폭우를 가정해 물을 뿌렸습니다.

    건물에서 튕겨지듯 흘러나온 빗물이 빠르게 도로를 타고 한쪽으로 모입니다.

    실제라면 사거리가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동섭/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불투수면적은 그 지표에 내린 물이 지표에 머물지 않고 전부다 나가기 때문에 침수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투수면때문에 일어나는 도심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옥상 텃밭의 밑을 들어보니, 부직포, 또 물을 저장하는 저류판이 보입니다.

    오목형 텃밭을 벽과 저류판으로 둘러싸면서, 최대 300밀리미터의 비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각 건물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조금씩만 잡아준다면 내려가는 물의 양을 줄일 수 있고..."

    빗물을 흡수하는 보도블록 등도 또 다른 대안.

    도시 모형의 면적 10% 정도를 물이 스며드는 투수성 재료로 바꿔, 다시 가상 폭우를 내렸더니, 빗물 상당량이 벽과 바닥에 스며들면서, 도로로 흐르는 빗물 양이 크게 줄었습니다.

    ◀ 앵커 ▶

    '도시화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불투수면적을 줄이려는 장기적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일부 주는 불투수면 총량제를 실시해, 불투수 면적이 11%를 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주에선, 도시를 개발하려면 그 면적에 비례해 반드시 저수시설을 마련해야 하고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물이 안 빠지는 불투수면 땅주인에겐 빗물 처리비조로 1제곱미터당 950원 정도 세금을 더 받습니다.

    ◀ 앵커 ▶

    하지만 이미 도시가 만들어진 경우, 단기간 내에 '불투수면적'을 줄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하수시설을 넓히거나, 빗물을 잠깐 지하에 저장해 두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시설인지, 신정연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하 10미터 아래 거대한 콘크리트 통로.

    지름 4.3미터, 길이 1km에 달하는 국내 첫 빗물터널입니다.

    평소엔 비었지만 기존 하수관으로 빗물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최대 1만 5천 톤의 빗물을 받아냅니다.

    시간당 59mm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이 터널이 빗물을 받아내면서, 침수피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권철배/한국환경공단 차장]
    "4.3m 중의 3.5m 정도까지 수위가 올라갔었던 사항입니다. 약 91mm의 시간당 강우가 왔을 때도 용량을 제어할 수 있는..."

    서울 도심 아래 건설 중인 비슷한 빗물터널, 지하 50미터, 부천보다 20배 더 큰 규모입니다.

    주택이 밀집하거나 개발이 완료된 도심에선 하수관을 새로 묻거나 저류시설을 짓는 게 어렵다 보니, 터널을 뚫어 물길을 내는 겁니다.

    [김민수/현대건설 현장소장]
    "통신관로라든지 상수도관이라든지 가스관 이러한 지장물 이설 공사까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지하터널 형태로 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유리합니다."

    청주에도 대규모 저류시설이 있었지만, 폭우가 용량을 넘어서면서 침수를 막진 못했습니다.

    때문에 방재 목표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앵커 ▶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모든 자연재해를 막는 건 불가능하겠죠.

    결국, 정확한 예보, 경보 시스템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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