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책임 없는 반려, 귀찮으면 버린다

[앵커의 눈] 책임 없는 반려, 귀찮으면 버린다
입력 2017-08-04 20:40 | 수정 2017-08-04 20:59
재생목록
    ◀ 앵커 ▶

    가끔 들르는 주인에게 학대당하며 폐가에 묶인 채 방치돼 있었던 한 검은 개, 2년 전 시민단체에 구조된 뒤 건강을 회복한 모습, 몰라보게 달라졌죠.

    지난주 새 보금자리까지 찾았습니다.

    바로 청와대에 들어간 유기견, '토리'입니다.

    ◀ 앵커 ▶

    '토리'처럼 방치되거나 버려졌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한해 9만 마리에 육박합니다.

    하루 2백 마리 이상 버려진다는 얘긴데요.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이면 유기는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신정연 기자가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 리포트 ▶

    털이 잔뜩 엉킨 채 으르렁대던 개 한 마리가 동물구조협회 대원에게 넘겨집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1년 전부터 아파트에 떠돌아다니는 강아지인데요.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신고 들어와서 어제 생포하게 됐습니다."

    6차선 대로 한복판에서 방황하던 강아지는 지나가던 시민이 구조해 신고했습니다.

    [우희웅/유기견 신고자]
    "차들이 빵빵거리는 상태에서 제가 그냥 오토바이 세우고 강아지 데리고 나왔어요."

    구조된 동물들이 모인 임시보호소, 개와 고양이 5백 마리가 주인을 기다립니다.

    유기동물 중 원래 키우던 사람이 찾으러 오는 경우는 단 15%, 대부분 일부러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는 늦봄부터 유기동물 수가 급증해 요즘 같은 한여름 절정에 달합니다.

    [배은진/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입양담당]
    "나이가 많다거나 아픈 데가 있다거나 이런 아이들이 대부분일 거고요. 털이 많이 빠지는 시기에 그런 아이들이 좀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키우기 귀찮아지거나 돈이 들어 부담스러우면 버린다는 얘깁니다.

    3주 전 주택가에서 구조된 어미와 강아지, 가까스로 강아지만 입양됐습니다.

    [김혜영/유기견 입양자]
    "여기에 있는 애들은 확률적으로 주인 만나기도 힘들 거고, 한 마리라도 잘 키워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왔거든요."

    이렇게 운 좋게 입양되는 건 30% 정도, 25%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으로 죽고, 나머지는 약물 주사로 안락사시킵니다.

    보호소가 유기동물 수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한 달 이상 보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앵커 ▶

    특히 더 입양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어두운 조명 속 개의 사진들, 모두 검은색 털을 가졌죠.

    검은색은 우울하고 불길하다며, 검은 개나 고양이를 꺼리는 경향을 '검은 개 증후군'이라 하는데, 그 편견을 깨겠다며 미국 한 사진작가가 기획한 작품들입니다.

    이렇게 색깔이나 생김새가 예쁘지 않은 경우, 또 장애를 가진 동물들은 버림받기 쉽고 이후 새 가족을 만나긴 훨씬 어렵습니다.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낯을 가리지 않고 세차게 꼬리를 흔드는 작고 검은 개.

    바닷가 팬션에 가족과 함께 왔던 반려견은 이튿날 버려졌습니다.

    이곳 입양센터에 남아있는 16마리 중 6마리가 검습니다.

    청와대로 간 토리도 이곳 출신이지만, 토리 이후 추가로 검은 개 입양은 없었습니다.

    작은 견종의 어린 새끼는 입양이 비교적 수월한 반면, 색깔 같은 외양이나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선미/동물권단체 '케어' 입양센터 간사]
    "검은 개를 잘 안 보세요, 다리가 휘거나 외견상 예쁘지 않은 아이들이나 잡종견, 소위 말하는 믹스견 같은 경우는 꺼려하시고요."

    한쪽 눈이 없고 척추가 주저앉은 얼룩 강아지.

    하반신이 마비된 앉은뱅이 누렁이.

    사람에게 맞아 장애를 얻은 채 버려졌지만 사람을 겁내긴커녕 손길에 굶주렸습니다.

    [이은혜/동물권단체 '케어' 입양센터 간사]
    "장애견 같은 경우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이 친구한테 많이 투자하고 해야 되다 보니까, 그것 때문에 좀 더 꺼리시는 것 같아요."

    ◀ 앵커 ▶

    우리 법은 반려동물 업종 중 하나로, 동물생산업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이른바 '공장' 식으로 동물을 생산해, 돈을 주고 사는 게 당연시되는 겁니다.

    물건처럼 사고팔다 보니 귀찮으면 버리는 사람이 많은 건지도 모릅니다.

    ◀ 앵커 ▶

    반면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동물을 돈 주고 사는 걸 금지하는 추세입니다.

    독일은 오직 보호소에서 입양해야만 하고 그것도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교육과 실습을 받아야만 합니다.

    미국도 지역에 따라선 동물의 상업적 매매를 전면 금지시키거나 혹은 유기동물만 매매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웃나라 타이완만 해도 20세 이상이 적절한 환경을 갖춰야만 키울 수 있고, 최근 보호소 안락사까지도 금지시켰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생명을 키우는 데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고 책임지지 않으려면 키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