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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비닐하우스"…아동 10명 중 1명 '주거 빈곤'

"우리 집은 비닐하우스"…아동 10명 중 1명 '주거 빈곤'
입력 2017-12-16 20:15 | 수정 2017-12-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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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권에 맴돌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기본적인 생활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아이들이 10명 중에 1명 정도라고 합니다.

    공윤선 기자가 그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공장지대.

    외진 공터에 덩그러니 세워진 비닐하우스 한 동이 17살 용민이(가명)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입니다.

    말 만 집이지 비닐하우스에 나무 구조물만 붙여놔 바깥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불날까 무서워도 거실 석유난로는 하루종일 켜놔야 합니다.

    [장순미(가명)]
    "이거 안 피워놓으면 여기는 시베리아 벌판이에요. 진짜로 여기는요. (석유난로) 여기서 눈을 못 떼잖아요. 지켜야 돼서…."

    씻을 때마다 방안 연탄 난로에 물을 데웁니다.

    난로에서 샌 연탄가스로 큰일 날 뻔한 적도 있습니다.

    [김용민(가명)]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랑 정신을 못 차려서 병원에 갔었거든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연탄가스 냄새만 맡아도 예민해요."

    속수무책으로 먼지가 쌓이고 벌레들도 끊이질 않습니다.

    이 집에서 지낸 지 14년째.

    원래 집이란 그런 줄 알았습니다.

    [김용민(가명)]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다 그러고 사는 줄 알았어요. (친구) 아파트는 아파트구나 싶었고, 우리집은 비닐하우스구나 했는데…난방이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고…."

    이런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처럼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전국의 아동은 8만 6천 명에 이릅니다.

    한국 아동 100명 중 1명은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지하나 옥탑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전국의 주거빈곤 아동을 모두 더하면 그 수는 94만 4천 명, 전체 아동의 10%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신체의 균형 발달이 어려워 키는 작고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비만도 지수가 높았고 정서적 측면에서도 우울, 불안, 공격적 성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살 충동이 2배 넘게 높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런 아동들의 주거 개선을 위한 복지정책은 따로 없습니다.

    [김은정/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소장]
    "건강 측면, 인지 측면, 심리사회적인 측면이 잘 발달이 돼야 만이 어떤 위험이 오더라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 이 환경이 조성이 안 되면 나중에 한국에서 사회 부담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자는 측면이죠."

    다행히 국토부가 지난달 처음으로 주거지원 사업대상에 주거 빈곤 아동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엔 의문이 남습니다.

    [김기태/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매입 임대나 전세임대 주택조차 애초에 공급하겠다고 했던 공급물량만큼 공급이 안 되고 있는 상태예요. 그래서 더더욱 이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으로 가는 포션이 적을 수밖에 없는 상태인 거죠."

    용민이네 비닐하우스 집에는 올해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며듭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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