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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투데이] 침묵의 살인자 '석면'…"잠복기 최장 40년"

[이슈 투데이] 침묵의 살인자 '석면'…"잠복기 최장 40년"
입력 2017-06-30 20:07 | 수정 2017-06-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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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훈 앵커 ▶

    지금은 석면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석면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한 게 2009년부터니까 채 1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 지어진 건물들엔 석면 자재들이 사용돼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건축 재료로 사용한 건축물이 서울시에만 3천 곳이 넘고요.

    아파트뿐 아니라 어린이집, 학교, 백화점, 마트까지 무방비로 사용이 돼 왔습니다.

    이처럼 예전에 사용한 석면 자재들이 철거 과정에서 또다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 먼저 보시죠.

    ◀ 리포트 ▶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과천주공아파트 7단지 1구역입니다.

    철거를 앞둔 아파트 천장과 지붕, 바닥재 일부에서 석면이 검출되자 다시 아파트와 상가에서 28개 시료를 채취했고 검사 결과 9개에서 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실제로 이 가운데 석면 함유 농도가 로프에는 25%, 패킹에는 35%로 나타나는 등 허용 기준치(1%)의 25~35배나 되는 고농도 백석면이었습니다.

    시행사에서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신고서에는 대부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공사현장 인근에는 초등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있는데 특히 한 초등학교와는 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대로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최소한 방학 때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박재훈 앵커 ▶

    학교를 안 보낼 수는 없는데, 학교 옆에 석면이 날리는 현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찜찜할 수밖에 없겠죠.

    정슬기 아나운서, 석면 자재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지금 경기도 과천시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 정슬기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석면은 여러 공사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석면 자재를 해체하려면 차단막이나 포집 장치를 설치하고 물이나 습윤제를 뿌려 석면가루가 날리는 걸 막아야 하는데요.

    지난 3월 포항의 한 재건축 현장에선 시공사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석면 철거 공사를 벌였다가 시정지시를 받았고, 부산의 한 재개발구역에서도 철거업체가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를 별다른 장치 없이 철거했다가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선 리모델링 공사 도중 철거한 석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학생들의 출입을 허용했다가 뒤늦게 제한했는데요.

    관련 보도 보시죠.

    ◀ 리포트 ▶

    천장 곳곳에서 섬유질 부스러기가 발견됩니다.

    발암물질인 석면입니다.

    바닥을 닦자, 역시 석면이 섞인 분진이 묻어 나옵니다.

    숙명여대 본관에서 채취한 흰 조각을 2천 배 확대해 봤습니다.

    실 모양의 '백석면' 조직이 드러납니다.

    함유된 석면 농도는 3%, 허용 기준치의 30배입니다.

    석면해체가 끝났다는 안내문을 믿었던 학생과 교직원들은 석면에 노출된 줄도 모르고 어제 하루 본관을 드나들었습니다.

    ◀ 박재훈 앵커 ▶

    재건축, 재개발을 위해 지금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나오는 석면 폐기물의 양이 어마어마할 텐데,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또 고스란히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얘기잖아요?

    ◀ 정슬기 아나운서 ▶

    맞습니다.

    석면은 폐기물 처리를 잘 해야 하는데요.

    석면은 그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시멘트 등과 섞어 고체로 만든 다음 매립하도록 되어 있는데, 전국에 지정된 석면 폐기물 매립장은 단 네 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반면 배출량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여서 처리비용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요.

    매립장을 새로 만들고 싶어도 주민들 반발로 쉽지 않고, 돈을 주고도 처리하기가 어렵다 보니 상당량의 석면 폐기물이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공터에 내버려둔 경우도 있었는데요.

    관련 보도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이천의 한 공터.

    폐기물을 담은 비닐 포대가 수북합니다.

    포대 하나를 열어봤습니다.

    교실 천장에서 뜯어낸 내장재가 나옵니다.

    바닥에 쏟자 하얀 먼지가 일어납니다.

    조금만 들이마셔도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군 발암물질, 석면입니다.

    이 공터에 있는 폐기물만 300톤에 달합니다.

    건물에서 석면을 제거 하고 있는 주변 중고등학교 6곳에서 나온 것으로 두 달 가까이 이곳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 박재훈 앵커 ▶

    들이마셨을 땐 당장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감이 안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죠.

    허투루 관리해선 안될 텐데요.

    ◀ 정슬기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석면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석면으로 인해 희귀 암인 악성 중피종을 비롯해 폐암, 석면폐 등이 발병할 수 있고, 세계보건기구에선 후두암과 난소암도 석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석면 질환은 잠복기가 10년에서 40년까지 아주 길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어릴 때 석면 공장 옆 마을에서 살던 사람이 마흔 다 돼서 발병한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석면이 사용된 추세를 고려했을 때 2030년 이후 석면 질환자 발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불길한 예측도 바로 이 긴 잠복기 때문입니다.

    ◀ 박재훈 앵커 ▶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했던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습니다.

    이슈투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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