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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투데이]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무서운 산후우울증

[이슈 투데이]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무서운 산후우울증
입력 2017-08-09 07:34 | 수정 2017-08-0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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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훈 앵커 ▶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100% 그럴까요.

    엄마도 사람인지라, 갑작스런 신체 변화와 스트레스를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인구보건협회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산모 10명 중 9명은 산후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산후 우울증,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인데요.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입니다.

    먼저 최근 연달아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들, 보시죠.

    ◀ 리포트 ▶

    충북 청주의 한 병원.

    지난달 27일, 30대 산모가 생후 4개월 된 아기를 안고 119구급차로 병원을 황급히 찾았습니다.

    병원 도착 당시 아기는 심정지 상태.

    아기는 의식을 되찾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하루 만에 숨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산후 우울증을 겪던 산모가 아기의 입과 코를 2분 정도 틀어막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분유를 주는데도 먹지 않고 계속 울고 보챘다는 게 이유였는데, 산모는 울음을 그치게 하려 했다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산모]
    (혐의는 인정하세요?)
    "…"

    지난달 31일, 서울 독산동에서는 30대 여성이 5개월 된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고, 지난달 2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5개월 된 아들을 안은 30대 여성이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리는 등 산후 우울증에서 비롯된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박재훈 앵커 ▶

    열 달 동안 품었던 자식을 저렇게 자기 손으로 해치게 만드는 산후 우울증, 참 무서운 병입니다.

    정슬기 아나운서, 어떤 증상을 보이면 이게 산후우울증이다 이렇게 진단을 받을 수 있을까요?

    ◀ 정슬기 아나운서 ▶

    우선 아기와 노는 것이 즐겁지 않고 아기와의 결속이 없는 듯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엄마로서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고, 죄책감도 들게 되고요.

    차라리 자신이 없는 게 아기에게 더 나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불안감과 불면, 무기력증같이 다른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3명 중 1명은 1년 넘게 증상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원인으로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 또 과도한 육아 스트레스를 들 수 있습니다.

    ◀ 박재훈 앵커 ▶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겁부터 덜컥 나고 병원가기가 꺼려지고 그런 게 있긴 하죠.

    하지만 산후우울증이라는게 유난히 예민하거나 별난 사람이 걸리는 게 아니다 이런 말이군요.

    ◀ 정슬기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성인여성 1,000명 중 7명은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더한다면 실제론 출산 경험 여성의 10~15%는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특히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일제 직장여성, 이른바 '워킹맘'이라고 하죠.

    미취업 여성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1.3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337명에 불과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요.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내 아이를 낳았다는 벅찬 기쁨도 잠시, 많은 산모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합니다.

    실제 산모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10명 중 9명이 산후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병이 자라고 본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산후우울감을 겪은 산모의 67.9%가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학대에 가까운 행동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박재훈 앵커 ▶

    그맘땐 원래 다 그래,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렇게 넘겼다가는 더 큰 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말이군요.

    ◀ 정슬기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출산은 축복이다.'라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엄마인데 아기 보는 게 힘들다고 하면 어쩐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느껴지는 정서적 변화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배우자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또, 배우자에게 힘들다고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이를 묵살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주변 사람들, 특히 배우자가 정서적인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서 다만 일주일에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 박재훈 앵커 ▶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빠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아기가 태어났다고 당장 완벽한 부모가 될 수는 없겠죠.

    좀 서툴고 힘들어도 괜찮다, 당연한 과정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다독임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슈투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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