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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오타도 베낀다'…누가 왜?

역사교과서 국정화 '오타도 베낀다'…누가 왜?
입력 2017-12-29 06:21 | 수정 2017-12-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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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추 앵커 ▶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억하시죠?

    1년 전 교육부가 현장 검토본을 완성해 공개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 임지현 아나운서 ▶

    그런데 당시 여론과는 다르게 찬성이 훨씬 많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었는데요.

    그래서 저희 MBC 취재진이 온라인으로 제출됐던 의견과 접속 IP를 입수해서 분석해봤습니다.

    ◀ 박경추 앵커 ▶

    탐사보도부 배주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배 기자, 전체적으로 살펴봤더니 여기저기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다고요?

    ◀ 기자 ▶

    당시 교육부는 4주 동안 의견을 받았는데 저희가 살펴본 건 마지막 날 하루에 들어오는 전체 의견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마지막 날에 찬성 의견의 80%가 몰렸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들어왔던 의견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국정교과서 찬성 의견입니다.

    '집필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 이게 '집필진'의 오타입니다.

    문제는 이 오타를 포함해 전체 문장을 똑같이 쓴 사람이 8명이나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의견 하나를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3 학생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인데요.

    1분 뒤에 또 다른 의견을 올리면서 '내 아이를 맡기기에 안심이 된다.' 이렇게 씁니다.

    학생에서 학부모로 신분이 바뀐 거죠.

    문제는 이런 의견들이 유독 찬성 의견 쪽에서만 나왔다는 점입니다.

    ◀ 앵커 ▶

    결국, 찬성 의견을 부풀리려고 했다, 이런 의구심이 드는데.

    그러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의견을 올린 건가요?

    ◀ 기자 ▶

    의견을 올린 사람 중 몇 명은 저희가 접촉에 성공을 했는데요.

    평범한 초등학교 교직원도 있었고 보수 학부모 단체의 대표도 있었습니다.

    그럼 이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초등학교 교직원]
    "제가 교인이니까 아마 어디서 같이 흘러와서 본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한테 카톡이 왔기에 워드 연습도 좀 하면서 이렇게 한 것 같은데…제가 적은 대로 의견이 와서 제가 (타자를) 쳤죠. 워드 연습하고 하면서…"

    [학부모단체 대표]
    "국정(교과서)라도 해서 역사교육을 바로 잡아야 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학부모들이 정말 원한 거예요. 카톡방에 그런 것 올라와 있으면 그것 보고 그냥 하는 것이죠.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오늘은 좀 접수를 해야 된다."

    ◀ 앵커 ▶

    그런데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더 드러났죠?

    ◀ 기자 ▶

    접속 IP를 기초로 해서 저희가 접속 지역을 전수조사했는데요.

    한 장소에서 이 의견 제출 홈페이지에 언제, 얼마나 접속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하루 동안 1,000건 넘게 접속한 곳만 6곳이나 됐는데요.

    특히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는 한 공간에서 의견 접수 마감 3시간을 앞두고 2,200건이 넘는 접속이 이루어졌고요.

    찬성 의견도 최종적으로 78건이나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찬성 의견이 마지막 날 몰리는 바람에 전날까지 4:6 정도였던 찬반 의견 비율은 마지막 날 8:2로 극적으로 뒤집혔는데요.

    당시 교육부는 상당수가 찬성 의견을 밝힌 점을 고려했다면서 국정교과서 폐기가 아닌 혼용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조사에 허점이 많은 데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혼용을 결정한 거죠.

    현재 검찰은 2년 전 국정화 행정 예고 당시 실시했던 오프라인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여론조작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 중인데요.

    보신 것처럼 온라인 조사에도 의혹이 많은 만큼 이 역시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참 어이없는 여론 조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주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기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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